한화 김승연 회장이 태양광 중심 사업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는 최근 계열사 중 하나인 한화L&C의 건축자재 부문을 매각해 그룹이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앞당기고 있다.
|
|
|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한화L&C는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이하 모건스탠리PE)와 건축자재사업부문 매각 관련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한화L&C는 한화케미칼의 자회사다. 한화L&C는 다음 달 1일 소재사업부문과 건재사업부문으로 분할된 뒤 매각실무과정을 거쳐 7월 하순경 건재사업부문을 모건스탠리 PE에 매각된다.
한화그룹의 건축자재와 첨단소재 제조계열사인 한화L&C는 건축자재사업을 매각함으로써 자동차·전자·태양광 분야 산업소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매각된 한화L&C 건축자재사업부문은 PVC 창호,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을 제조, 판매해 왔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7198억 원, 영업이익은 222억 원이었다. 한화L&C는 인수자인 모건스탠리PE와 앞으로 5년간 건재사업부문 직원 600여명의 고용을 보장하고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을 승계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매각규모는 약 3천억 원이다. 그러나 모건스탠리PE가 건축자재 사업부 차입금 등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계약함에 따라 실제 매각금액은 1413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L&C의 모회사인 한화케미칼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187%로 8조3503억 원 이었다.
그러나 이번 매각으로 한화L&C는 차입금을 갚고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화L&C는 매각대금을 첨단소재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L&C가 법인분할을 마치면 소재사업부문은 사명을 한화소재 주식회사로 변경한다. 매각된 건축자재사업부문은 한화L&C 사명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L&C 관계자는 "소재부문은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해 이번 매각으로 소재사업부문 투자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자동차 경량화 복합소재, 전자소재, 태양광소재 등 경쟁력있는 소재분야에 집중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그동안 한화케미칼의 사업구조 개편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왔다. 주력분야인 석유·소재 외 다른 분야를 정리해 태양광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번 매각으로 한화케미칼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사업의 수직계열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케미칼을 정점으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발전사업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왔다. 한화L&C 관계자는 “2015년까지 소재부문 매출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태양광사업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이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한화의 태양광사업 관련 실적은 주로 한화큐셀에서 나오고 있다. 한화가 한화큐셀을 인수할 당시 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지난해 3분기 그룹 내 태양광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단일 태양광 모듈 브랜드로 가장 많은 520㎿를 판매했고 올해 들어서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신흥시장에서 ㎿급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다.
태양광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기업 한화솔라원 또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솔라원이 실적개선에 성공해 외형이 확대될 경우 한화케미칼과 함께 한화의 태양광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 매각이 성사됨으로써 김 회장이 이끌어온 한화케미컬 사업 개편도 힘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화케미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이번 매각을 통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4월 “폴리실리콘에 대한 중국 수요에 비해 유럽과 일본 시장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다”며 “실질적 실적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며 한화케미컬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또한 한화케미칼 부채가 많은 점도 지적됐다.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에 대한 이런 부정적 시선을 없애기 위해 그동안 재무건전성 확보에 온 힘을 쏟았다.
지난 11일 한화케미칼은 신주발행을 통해 4억 달러(약 4138억 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을 발매했다. GDR은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해 해외자금을 조달할 때 쓰는 주식이다. 오는 5월 9일 한화케미칼이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다. 또한 한화케미칼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제약회사 드림파마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4월 3억4000만 달러(한화 3534억 원) 규모의 해외 주식예탁증서(GDR) 발행에 성공해 이번 매각까지 합하면 올해 850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한화케미칼이 확보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은 물론 태양광 사업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