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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민만 드러낸 고분양가 심사제도 손질, 멀리 보는 혜안이 없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  2021-09-30 17: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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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백약이 무효다. 정부는 주택 시세 안정화에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부동산 공급과 관련된 제도에 또 하나의 카드를 내놨다.

30일부터 실시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제도의 개선이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올해 2월에 전면적으로 개정된 바 있지만 지나치게 분양가가 낮게 설정된다는 건설업계의 불만에 7개월 만에 변화를 주게 된 것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직접 간담회를 통해 건설업계의 의견을 듣고 “민간 주택공급에 장애가 되는 점을 검토한 뒤 필요하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고분양가 심사제도의 개선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가 고분양가 심사제도의 개선을 결정한 것은 정부의 공급대책만으로는 당장 시장에 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만큼 민간의 분양도 최대한 늘려나가겠다는 의도다.

민간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가 고분양가 심사기준 개선의 목적이었던 만큼 개선된 기준은 분양가를 기존보다 높이는 방향임은 분명하다.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이번 심사기준 개선을 놓고 “이번 제도보완 및 심사기준의 추가적 공개로 지금까지 공급이 지연되던 일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택공급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공개된 고분양가 심사제도의 개선 내용은 건설업계의 기대에 못 미친 듯하다.

기존 심사기준을 보면 사업지 반경 1㎞ 내에서 최근 분양한 ‘분양사업장’과 준공 10년 이내 ‘준공사업장’ 두 곳을 비교해 높은 금액으로 분양가로 결정한다. 결정된 분양가는 사업지 ‘인근’ 500m 이내에 있는 준공 20년 미만 아파트 매매가 시세의 90%(투기과열지구는 85%)를 넘을 수 없다.

개선된 심사기준에서는 인근 시세 산정에서 분양될 아파트와 단지 특성, 사업 안정성 등이 유사한 아파트의 평균시세를 고려하게 되고 분양될 아파트가 위치한 시군구 단위의 평균시세를 고려하는 등 분양가 상한이 낮다면 이를 보정하는 장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완화 내지는 철폐를 요구해 왔던 기존의 인근 500m, 준공 20년, 시세의 85~90% 등 심사기준들은 모두 그대로 유지됐다. 

실제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 분양가가 기존보다 얼마나 높아질지를 놓고는 회의적 지적도 나온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0일 개선된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놓고 “분양가격 선정배경에 이해가 가능해진 것뿐으로 비교 사업지를 표적하기 쉽게 해준 것에 불과하고 분양가 산출식의 변경은 아니다”라며 “분양가 상승에 큰 영향을 주는 개선사항이 아니다”고 바라봤다.

분양가 산출식을 바꾸는 등 과감한 변화를 주지 못한 데는 국토교통부나 주택도시보증공사에도 사정은 있어 보인다.

지금 주택공급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부동산 시세 안정화인데 분양가를 높이는 방향이 도입되면 오히려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양가 상향을 허용하면 국민청원 등을 통해 비판이 분출될 만큼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당장 성과를 내려다 보니 결과물도 어정쩡하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흐릿한 결과물을 놓고는 또다시 건설업계와 주택 실수요자 등 관련된 사회 각층의 불만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럼 그때 다시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손질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이미 7개월 만에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뜯어 고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에 마련된 기준이 수정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많이 경험하면 국민들은 정책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다음 대통령선거를 반년도 남겨 놓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에 정부가 부지런히 대응을 할 수밖에 없기는 할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의 기민한 대처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정책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분야다. 게다가 부동산문제는 가계부채를 비롯해 일자리, 교육 등 사회 전반 여기저기에 걸쳐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부동산분야 만큼은 눈앞의 성과를 위한 정책 말고 장기적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급격한 출생률 하락과 고령화로 인구구조의 변화까지 겪고 있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장기적 부동산정책은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아닐까.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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