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이엘비앤티 회장이 자동차산업분야에서 쌓은 경력이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서 강점으로 작용할까?
이엘비앤티는 쌍용차 매각 본입찰이 진행되면서 유력 인수후보로 새로 떠오른 업체인데 해외판매망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엘비앤티를 이끄는 김 회장은 과거 쌍용차의 대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무쏘 디자인을 이끈 인물로 자동차산업 이해도가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이엘비앤티가 에디슨모터스와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인수의지를 보였다.
이엘비앤티는 15일 마감한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서 초기 인수자금으로 5천억 원대 초반 가격을 써냈다. 3곳의 본입찰 참여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엘비앤티는 국내 전기차 제조회사로 카디널원모터스(옛 HAAH오토모티브홀딩스), 사모펀드인 파빌리온PE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쌍용차 본입찰에 참여했다.
구주 인수 용도의 초기 인수자금 금액으로만 따져보면 김 회장이 이끄는 이엘비앤티가 먼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더구나 이엘비앤티는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인수 후보자로 꼽혔던 카디널원모터스와 손을 잡으면서 해외 판매망도 내세울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엘비앤티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에 영업망을 꾸리는데 카디널원모터스 판매망을 통해 북미 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가 새 주인을 찾은 뒤 지속가능성을 높일 요소 가운데 핵심으로 해외 자동차시장 진출이 꼽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영업손실을 놓고 생산능력과 비교해 판매량이 적어 고정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생산 확대를 통해 영업손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좀 더 빠르게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은 카디널원모터스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확보한 135개 판매채널을 통해 쌍용차에서 생산한 내연기관차를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을 세워뒀다.
이외에도 이엘비앤티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판매망을 통해 전기차 판매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 경쟁자 에디슨모터스와 비교해 법원과 채권단의 지지를 얻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이엘비앤티는 올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SIIVC(사우디국제산업단지회사)와 ‘사우디아라비아 한국산업단지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전기차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SIIVC는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비전2030 프로그램’과 ‘사우디아라비아 한국산업단지 프로젝트’에 따라 이엘비앤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이엘비앤티는 국내 전기차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전기차 및 2차전지를 생산하고 판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과거 현대자동차그룹과 쌍용차에서 일했던 김 회장과 관련한 경력도 이번 쌍용차 인수전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 회장은 과거 쌍용차 디자인실장을 맡아 무쏘와 체어맨 등 쌍용차 주요 모델의 디자인을 총괄한 인물인 만큼 쌍용차뿐 아니라 자동차산업 전반에 이해도가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무쏘는 쌍용차가 1993년 8월 출시해 2005년까지 생산했던 4륜 구동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으로 13년 동안 약 25만 대가 팔린 인기 차량이다.
더구나 김 회장은 쌍용차 이후 현대차그룹 디자인센터 총괄 전무, 현대차그룹 전략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이노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자동차의 디자인부터 광고 등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쌓았다.
김 회장은 1956년에 태어나 독일 디자인스쿨인 독일 우펜탈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받은 이후 1988년 쌍용차 디자인실장을 거쳐 1995년 현대차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에서는 디자인연구소 상무와 2004년 기아 디자인연구소 등을 거쳐 2007년에는 이노션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2009년에는 레오모터스(현 이엘비앤티)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옮겼다.
다만 본입찰에서 쌍용차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경영계획뿐 아니라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방안을 명확히 증명하는 지 여부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쌍용차와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자금 증빙에 중점을 투고 투자확약서와 은행 지급보증서 등을 살피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 뒤 쌍용차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경영능력과 자금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