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부족이 이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도 디스플레이 원재료 원가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
다만 올레드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만큼 LG디스플레이는 원가구조의 변화에 따른 부담에도 영업이익 개선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LG디스플레이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하면 전체 원재료 매입액 가운데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의 비중이 10.8%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사업보고서부터 디스플레이구동칩을 원재료 품목에 올렸는데 디스플레이구동칩 비중이 전체 매입액의 1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상반기에는 8.4%에 머물렀다.
디스플레이구동칩은 디스플레이 화소 제어에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LCD와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을 작동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디스플레이구동칩의 비중 확대는 인쇄회로기판(PCB), 편광판, 백라이트, 유리 등 다른 주요 원재료 4가지와 비교해도 눈에 띈다.
상반기 LG디스플레이 원재료 매입액은 6조41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늘었다. 이 가운데 인쇄회로기판은 20.6%를 차지해 2020년 상반기보다 비중이 0.9%가량 축소됐다. 백라이트 비중도 15.0%에서 12.0%로 줄었다.
비중이 커진 원재료도 디스플레이구동칩만큼 변화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편광판 비중은 16.4%에서 16.5%로, 유리 비중은 7.1%에서 7.2%로 소폭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의 원재료 매입액에서 특히 디스플레이구동칩 비중이 커진 까닭은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의 수주가격 인상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부족이 이어지면서 대만 TSMC와 UMC,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주요 파운드리기업들이 일제히 수주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LX세미콘 등 디스플레이구동칩을 설계해 공급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도 파운드리기업의 수주가격 인상에 디스플레이구동칩 가격을 높여 대응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르게 말하면 LG디스플레이에도 파운드리기업의 수주가격 인상이 일부 전가됐다는 뜻이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구동칩은 전방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공급부족이 지속됐다”며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디스플레이구동칩의 추가적 가격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올레드사업의 본격화도 디스플레이구동칩 매입액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 낮은 대형 LCD패널사업을 축소하고 올레드패널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광저우 올레드공장을 정상 가동하기 시작해 대형 올레드패널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에 관해서도 3조3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LCD용 디스플레이구동칩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올레드패널용 디스플레이구동칩 수요도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구동칩 최대 공급사인 LX세미콘의 수혜가 전망되는 이유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TV용 올레드패널 출하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LX세미콘은 수익성 높은 올레드TV용 디스플레이구동칩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LG디스플레이도 디스플레이 가격을 인상해 시스템반도체에서 커진 원가부담을 최소화하며 수익성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주로 사용하는 LG전자에 따르면 상반기 TV용 LCD패널 가격은 지난해보다 38%가량 상승했다.
더구나 최근 LG디스플레이 올레드사업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만큼 주요 원재료 디스플레이구동칩 반도체 가격이 높아지고 LCD패널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도 전체 실적을 개선하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 올레드사업은 초기 투자부담과 저조한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등의 영향으로 최근까지 영업손실을 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019년과 2020년 올레드사업에서 각각 영업손실 1조 원가량을 봤다.
하지만 올레드패널이 TV와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됨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도 나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전체 영업손실 규모는 2019년 1조3590억 원에서 지난해 291억 원으로 축소됐다.
증권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에는 영업이익 2조 원 중후반대를 낸 뒤 내년과 2023년에도 2조 원가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올레드패널 출하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모바일용 올레드 공급을 늘려 수익 기여도를 개선할 것이다”며 “잠재력이 높은 전장용 디스플레이시장에도 진입해 올레드사업의 성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