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올해 하반기에 진행할 공개채용 규모에 시선이 몰린다.
4대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공개채용 규모를 줄였는데 올해는 디지털 전환, 코로나19 등과 맞물려 공개채용 계획을 세우는 데 고심하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채용일정과 규모를 정하지 못했다.
8일부터 금융권 55개사가 참여하는 채용박람회 열리는 등 하반기 채용시즌이 시작됐음에도 시중은행들은 일정조차 내놓지 못한 것이다.
이날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만 250명 규모로 2021년 하반기 신입행원 공개채용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대부분 국책은행들은 이미 하반기 공개채용 준비를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약 100명, 수출입은행은 약 40명을 뽑기로 했고 산업은행은 이달 안에 일정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모두 "하반기 채용은 진행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하반기 공채 일정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상황, 비대면 채용 현실성 등의 이유를 꼽으며 확정되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시중은행들이 채용 계획을 내놓지 않으며 하반기 은행권 채용문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해에도 시중은행들은 9월 중순까지 고심하던 끝에 채용규모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2020년 채용한 인원은 896명이다. 2019년(2034명)보다 55.8% 줄어든 수치다. 2018년(2663명)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66.2%로 더 크다.
다만 시중은행들로서는 이전처럼 채용규모를 늘리기에는 부담이 커진 상황에 놓였다.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등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면채널인 지점을 축소하고 있어 인력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3월 3453개에서 올해 3월 3276개로 177개(5.1%) 줄었다.
총임직원수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9년 3월 기준 6만1014명에서 2021년 3월 기준 5만8648명으로 줄었다.
시중은행들이 채용문을 좁힐 가능성이 커지며 사회초년생이 금융권에 입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경력직과 달리 사회초년생이 느낄 채용한파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과 반대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사업 확장에 발맞춰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경력직 채용만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에만 100명 이상의 경력직 직원을 늘렸다. 12일까지 담보대출 운영과 담보대출 운영지원 분야에서 각각 두 자릿 수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6월 기준 임직원 수가 400여 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0명)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10월 초 출범을 앞두고 토스뱅크는 올해 하반기 제품기획, 디자인, 엔지니어링, 보안·인프라, 코어뱅킹, 데이터 등 전분야에 걸쳐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아직 성장에 집중하고 있어 신입 채용을 실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해 아직 규모가 크지 않고 성장기에 있어 바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경력직이 필요하다"며 "신입 채용은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후에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