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해운사들의 운임담합사건을 놓고 곧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국회는 해운업계의 반발을 들어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해 해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공정위와 해운업계, 국회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르면 9월에 전원회의를 열고 국내외 23개 해운사의 운임담합 사건과 관련해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목재 수입업계는 2018년 국내 해운사들이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가격을 일제히 올려 청구하는 등 담합이 의심된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은 국내 해운사뿐 아니라 외국 해운사까지 조사대상을 넓혀 폭넓은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에 HMM을 포함한 국내외 23개 선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최대 8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각 기업에 발송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은 해운사들이 해운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 불법적 공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해운법 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와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공동행위를 하려면 화주단체와 사전협의, 해양수산부 신고, 자유로운 입·탈퇴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부당한 공동행위가 된다.
국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해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운사들이 과도한 과징금 부과로 ‘제2의 한진해운 파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월29일 부산에서 해운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연일 침체기를 겪던 해운업계가 최근에야 호황기로 들어섰는데 공정위의 과징금으로 상당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해운업 전체 생존이 걸린 문제로 긴밀히 논의해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정안은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이번 담합 사건에 소급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입법을 추진함으로써 현재 제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보여줘 제재 수위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9월 국회에서 이 법안을 상정해 본격적 심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법안이 국제 기준에 역행한다며 반대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해운업에 대해 예외적으로 공동행위를 허용하지만 일정 조건을 지키지 않을 땐 경쟁당국에서 조치를 할 수 있게 돼 있으며 유럽연합(EU), 홍콩 등 운임 담합 자체가 허용이 안 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사들의 불법적 공동행위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손발을 완전히 묶는다면 화주는 물론 국민 소비자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