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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오른쪽)과 이갑수 이마트 영업총괄부문 사장(왼쪽) |
분유 시장에서도 '반값 전략'이 통할까.
대형마트 PB(자체브랜드)에게 분유 시장은 ‘성역’이나 다름없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부모들이 '귀한' 아기를 위해 아낌없이 주머니를 열고 있다. 그만큼 분유는 분말 음료나 음료수 등 일반 식음료에 비해 소비자들이 훨씬 까다롭게 선택하는 상품군에 속한다.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이런 성역을 깨고 분유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분유 시장의 가격 거품을 빼겠다는 것이다.
◆ 이마트 ‘스마트 분유’ vs 롯데마트 ‘귀한 산양분유’
이마트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마트는 ‘스마트’를 컨셉트로 내세우며 일반분유 시장 제패에 나섰다. 이마트가 일반분유 시장을 겨냥했다면 롯데마트는 프리미엄 분유 시장을 타깃으로 삼는다. 두 회사 모두 파스퇴르와 손을 잡고 PB(자체브랜드) 분유 시장에 진출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14일과 19일 상품을 출시한다.
이마트는 ‘엄마사랑 2배 스마트 분유’를 1만5400원(800g 기준)에 판매한다. 이는 기존의 일반 분유보다 40% 가량 싼 가격으로 벌써부터 ‘반값 분유’로 불리고 있다.
이마트가 목표로 하는 일반분유 시장에서 남양유업이 44% 점유율로 1위다. 이어 매일유업이 32%로 추격하고 있다. 파스퇴르도 지난해 롯데푸드와 합병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롯데마트는 ‘귀한 산양분유’를 3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는 산양 분유 시장을 80% 독점한 일동후디스 제품의 반값 수준이다.
일동후디스는 일동제약의 자회사로 프리미엄 분유인 산양 분유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산양 분유는 분유 시장의 상위 10%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산양 분유는 모유에 가까운 영양구성으로 소화가 잘 되고 알레르기 걱정이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산양 분유는 최근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인천공항 면세점에 정식으로 입점했다.
국내 분유 시장은 현재 약 4천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일반 분유보다 2배 비싼 산양 분유 시장은 8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전체 분유는 70% 이상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가격 거품빼기 전략 과연 통할까?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공통적으로 ‘분유 시장에서 가격 거품을 뺐다”며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이태경 이마트 가공식품 담당 상무는 “스마트 분유 개발을 통해 국내 분유 시장의 가격 거품을 빼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의 분유 제품은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등에 들어가는 영업비용, 증정품이나 프로모션 비용 등이 과도하게 많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지적했다.
롯데마트도 이에 질세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남창희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일부 브랜드의 독과점으로 가격 거품이 형성된 분유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의 프리미엄 분유를 선보여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마트가 분유 시장에까지 발을 들이자 분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분유제조업체 관계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분유 가격에 거품을 빼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분유 업체들도 이미 저렴한 제품을 팔고 있다”며 “대형마트의 분유 시장 진출로 분유 시장이 황폐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직접 분유를 출시할 경우 호기심에 판매가 이뤄져 기존 분유 업체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도 “분유의 특성상 아기 엄마들이 기존 분유를 쉽게 바꾸지 않아 결과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유의 상품 특성상 소비자들이 한번 브랜드를 결정하고 나면 위생상 하자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 번 먹이던 분유를 잘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해 남양분유에서 개구리 사체가 발견돼 떠들썩할 때도 분유 매출이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만큼 소비자들이 상품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얘기다.
품질과 가격 경쟁을 놓고 대형마트와 기존 분유 업체가 벌일 한판 승부에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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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동후디스 산양분유 광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