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에 이어 선원들로 이뤄진 해상노조도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회사와 대화를 이어가게 됐다.
HMM 노사는 지난해에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극적으로 임금협상에 합의하는 데 성공했는데 올해에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HMM 누리호.
12일 HMM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에 따르면 13일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노사 임단협 2차 조정회의가 열린다.
2차 조정회의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보통 10일 정도 조정기간을 가지면서 노사와 2~3회 조정회의를 진행하는데 중앙노동위원회와 회사, 노조가 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동의하면 조정기간이 연장되고 조정회의가 추가로 진행될 수 있다.
HMM 해상노조는 12일 쟁의조정 신청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1차 조정회의는 다음주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HMM 노사가 조정회의에서 극적으로 임단협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회사는 조정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파업이라면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명분이 생긴 만큼 이전과 달리 채권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임금인상폭을 높여 제시하는 등 태도를 바꿀 수도 있어 보인다.
노조가 당장 회사가 본교섭에서 채권단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하지도 않고 직원들의 희생이나 실질적 성과는 무시한 채 소폭의 임금인상만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크게 실망하고 있어 만약 회사가 태도를 바꾼다면 노조를 설득하는 게 수월할 수 있다.
김진만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내일 열리는 조정회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뿐이다”며 “회사와 채권단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조도 파업을 벌이는 데 부담이 적지 않다.
HMM 노조는 1976년 회사가 설립된 뒤 한 번도 파업을 벌인 적이 없는 데다 선박 부족으로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배가 멈췄을 때 생길 일을 모르고 있지 않다.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과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이 4일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를 만나 파업을 피할 수 있게 처우 개선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HMM 노사가 지난해 임금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했을 때에도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은 “합의안은 미흡한 수준이지만 물류대란 등을 향한 국민적 우려가 커 해운재건을 위해 합심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가 노조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임금인상안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소폭의 임금인상만으로도 노조를 설득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다.
HMM은 올해 해운업황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HMM이 2021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5조5990억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본다. 2020년보다 47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임금협상 때 중앙노동위원회는 “올해는 흑자가 났어도 지금까지 적자를 냈으니 임금 2.8%(해상노조는 3.8%) 인상에 합의하고 2021년도에 영업이익이 나면 정당한 보상을 하라”고 권고했고 노조는 납득하고 소폭의 임금인상안을 수용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참을 만큼 참았다며 임금인상은 정당한 보상이자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은 “임금이 보장되지 않으니 선원들이 자꾸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6개월 배를 탈 것을 1년 가까이 가족들을 보지 못하면서 일하고 있다”며 “시설에만 투자할 게 아니라 인적자원에도 투자해야 인력이 유입되고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우리는 파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파업을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른다”며 “임금인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선원들이 떠날 것이고 그러면 결국 배가 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HMM은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와 선원들로 구성된 해상노조가 회사와 각각 임단협을 진행한다. 전체 HMM 직원 1500명 가운데 사무직 직원은 1천 명, 선원은 500명 정도다.
두 노조는 소속도 다르다. 육상노조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 해상노조는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에 각각 소속돼 있다. 하지만 이번 임단협을 놓고는 꾸준히 소통하면서 함께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