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주요 계열사에 수익성 중심 경영체제를 확실하게 자리잡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경쟁우위를 지키고 있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핵심 경영지표에서 경쟁 금융지주사들의 거센 추격을 받으면서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높은 자기자본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이 하반기에도 공격적으로 추진된다.
반면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 소매금융에 의존이 큰 계열사는 주로 디지털영업채널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이 신한금융지주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 등 핵심 수익성지표를 관리하려는 노력의 일부로 분석된다.
자기자본이익률은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규모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회사 경영진의 경영 효율성 등을 평가하는 핵심지표로 꼽힌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뒤 신한금융지주 연간 자기자본이익률을 9% 초반대에서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두고 신한금융 계열사들의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신한금융지주 자기자본이익률이 8%대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은 11.5%까지 급등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조 회장이 전략적 비용 절감 등 수익성 개선 전략에 성공한다면 올해 처음으로 연간 자기자본이익률도 10% 이상을 보이며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비은행계열사로 수익성을 다변화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한 성과로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능력을 갖춰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은 그동안 업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았다.
조 회장체제에서 신한금융지주가 연간 9%대 자기자본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관리의 신한’ 이라는 별명이 거론됐을 정도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이익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경영자가 그룹의 역량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향후 연임 등을 위한 경영평가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자기자본이익률은 2018년과 2019년에 8%대에 그치면서 신한금융지주를 밑돌았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8%대에 머물렀으며 우리금융지주는 2020년 자기자본이익률이 5%대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는 KB금융지주 자기자본이익률이 약 12%로 신한금융지주를 뛰어넘었고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마저 11%대 자기자본이익률을 보여 신한금융지주를 따라잡고 있다.
조 회장이 올해 신한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 우위를 지켜내 명성을 유지하려면 주요 계열사들의 수익성 개선 노력에 더욱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하반기에 주요 계열사의 비용 절감과 수익성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작업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영업점 수를 줄이고 디지털플랫폼 기반 비대면 영업채널을 활성화해 인력 운용에 효율성을 높이며 영업점 운영에 필요한 비용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용카드 회원 모집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해 모집비용 절감에 큰 성과를 내고 있으며 비용 조절을 하반기 중요한 전략방향으로 잡고 영업방식을 바꿔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에 디지털플랫폼 활성화를 통해 모두 1531억 원에 이르는 영업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등 계열사는 수익성이 높은 자본시장부문에서 투자금융사업 외형을 더 키워 신한금융지주 실적에 기여하기 위해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자기자본이익률 상승폭이 경쟁사 대비 부진한 것은 지난해 말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1조 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조 회장이 대규모 자본 확충을 주도했지만 유상증자가 가시적 성과를 내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어 일시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이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지주의 상당한 자본을 계열사 대상 출자나 인수합병 등 과감한 투자에 사용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더 힘을 실어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 노용훈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자기자본이익률이 10% 이상이고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