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총장의 잦은 설화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여론조사상의 지지도 하락세로 표면화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8월 1주차(6~7일) 다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28.3%의 응답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주 조사(7월30~31일)와 비교해 4%포인트 하락했다.
7월30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에 전격적으로 입당한 효과가 반영된 지난주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도는 그 전주보다 5.4%포인트 오른 32.3%까지 치솟았다.
상승분을 1주일 만에 반납한 셈이다. ‘후쿠시마 원전’, ‘부정식품’ 발언 등 여러 실수들이 잇따르며 윤 전 총장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6~7일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04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주 중후반 나오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설화가 거듭되고 지지도 하락세로 이어진 탓에 보수야권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점차 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들어오기 전에도 ‘주 120시간 노동’, ‘코로나19 민란’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주춤한 적이 있었는데 입당 뒤에도 불안한 모습이 이어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기반 확대 전략에도 물음표를 던진다. 윤 전 총장이 중도 외연 확대보다는 정통보수층의 지지를 호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울 대상으로 특검수사를 할 때 불구속 수사를 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가 아직도 야권 내에서 폭넓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친박계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물론 야권에서도 비판이 많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의 박 전 대통령 불구속수사 관련 발언을 놓고 “비겁하다”며 “국민의힘은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앞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전직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해도 형집행 정지신청을 불허한 사람이 이제와 불구속하려고 했다면서 거짓말을 스스럼 없이 하는 것을 보니 정치인이 다 됐다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어쩐지 어설프다”고 꼬집었다.
친박계에 다가서려는 시도가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정치적 이득을 위한 '위선'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대목이다. 자칫 게도 구럭도 놓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행보가 이어지면서 윤 전 총장이 정치 입문 이후 득점보다 실점이 훨씬 더 많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야권 내 대세론에 균열 조짐이 있다고 본다.
물론 윤 전 총장은 지지도 측면에서 여전히 야권 내 가장 앞서있다. 하락세를 보인다고 해도 다른 보수야권 대선주자들과 비교하면 곱절 이상의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당내 지지세력도 다른 당내 경쟁자들보다 빠른 속도로 불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국민의힘 인사들을 자신의 대선캠프에 영입했다. 입당 뒤에는 전현직 국회의원들 다수를 끌어들이며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8일 이종배, 윤창현, 한무경, 정점식, 정찬민 의원 등을 영입하며 캠프 내 현역의원은 9명까지 늘었다.
앞서 윤 전 총장이 입당하기 전 국민의힘 의원 40명이 그의 입당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40명 전원을 ‘친윤석열계’라고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윤 전 총장 캠프로 갈 가능성이 많다.
보수야권 내에서 압도적 지지율에 세력까지 뒷받침되고 있어 아직 대세론이 건재하다는 분석이 다수를 이룬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이 오직 여론조사 지지율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결정적 취약지점이 될 수 있다.
이는 그의 지지율이 거품처럼 꺼진다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지율을 기반으로 정치무대로 들어선 대선주자들 대부분이 이런 길을 걸었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모두 한 때 높은 대선주자 지지도를 확보했으나 이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특히 정치신인은 지지도 하락세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당내 지지기반이 기존 당내 인사들보다 허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당내 경쟁자들은 십년 이상 당에서 활동하며 전현직 의원 및 당원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지지도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뒷받침해 줄 충성 지지층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지도가 급락하고 다른 후보가 대안으로 부상한다면 지금 그의 주변에 포진해 있는 인사들이 급속히 이탈할 수 있다. 주변 인사들은 오직 지지율만 보고 뭉쳐 있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기존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다시 주목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당내 경선이 진행될수록 ‘구관이 명관’이란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점치는 시선이 나온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야권의 대선구도와 관련해 “지금 흐름으로 보면 다시 홍준표, 유승민 대결로 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간혹 든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당내 세력이 빠르고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두고 “갑자기 사람이 몰려 온다고 해서 자기 사람이 꼭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캠프나 사람의 관계나 신뢰는 일정한 세월이 필요하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