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이 현재 가장 첨단인 3나노미터를 넘어 2나노미터 공정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3나노 미만 공정과 관련해 아직 공식화한 내용이 없다.
▲ 최시영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 측면에서 두 경쟁자보다 처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술력에서도 처진다면 TSMC를 따라잡기는커녕 인텔에 따라잡힐 수도 있다.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가 2나노 파운드리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파운드리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들은 “대만 정부가 TSMC의 2나노 파운드리 공장 신설계획을 승인했다”며 “TSMC는 2022년 초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3년 안에 설비 설치까지 마친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TSMC가 2024년부터 2나노 칩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애플이 유력한 고객사라는 시선도 나온다.
TSMC와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3나노 파운드리의 양산을 시작한다. TSMC가 공정 미세화 경쟁에서 한발 먼저 치고 나가게 되는 셈이다.
TSMC와 삼성전자의 공정 미세화 경쟁에 인텔도 참전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인텔은 7월26일 진행한 2021년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5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인텔도 TSMC와 마찬가지로 2024년부터 4단계 계획인 20A(20옹스트롬, 2나노미터) 파운드리의 양산에 들어간다. 2025년부터는 18A(1.8나노미터) 파운드리까지 양산을 시작한다.
단순히 공정만 미세화하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도 도입한다.
인텔은 2나노 파운드리부터 칩 설계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게이트올어라운드는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전력 채널과 채널 제어 역할을 하는 게이트를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채널과 게이트가 3면에서 맞닿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반도체 성능을 더 개선하고 전력소모는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3나노 파운드리부터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다. TSMC는 3나노 공정에서도 핀펫 기술을 유지하는 만큼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승부수로 여겨져 왔다.
인텔도 2나노 파운드리부터는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로 TSMC와 삼성전자 추격에 더욱 고삐를 당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인텔은 이미 미국 퀄컴을 2나노 파운드리의 첫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콘퍼런스콜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TSMC와 인텔이 3나노 이후 공정 미세화 계획을 내놓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관련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인구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서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의 이력을 검색해 보면 3나노와 2나노의 DTCO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연구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DTCO는 반도체 설계와 실제 기술을 동조화해 최적의 양산품을 만들어내는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방식이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초기보다는 중기, 혹은 말기에 더 가깝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도 2나노 파운드리와 관련한 로드맵을 이미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구축해뒀을 공산이 크다.
다만 내부적으로 연구개발만 진행하는 것과 로드맵을 확정해 공개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3나노 이후 공정과 관련한 계획을 빠르게 확정하고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파운드리시장에서 인텔이 새롭게 경쟁자로 등장한 만큼 계획 확정이 늦어진다면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선을 받고 있다.
TSMC와 인텔은 올해 초 미국 파운드리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TSMC는 독일과 일본에 추가 투자계획을, 인텔은 글로벌 4위 파운드리회사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미국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170억 달러(19조 원가량)의 투자 규모만 언급했을 뿐 투자지역을 놓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말 기준으로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가 점유율 55%, 삼성전자가 점유율 17%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에 뜸을 들이면서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최강자 TSMC를 따라잡는 것보다 추격자 인텔에 따라잡히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시선도 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력마저 삼성전자가 처진다면 불안감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