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화학설비 가동에 재생에너지를 적용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설비를 늘리면 탈탄소시대에 화학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녹색채권과 같은 저금리의 친환경투자 재원을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1일 LG화학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신 부회장은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에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분해로를 적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나프타분해시설(NCC)는 나프타를 용광로와 같은 고로에 넣어 고온으로 열을 가해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제조하는 설비다.
나프타분해시설은 고로에 열을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데 신 부회장은 이 과정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 관계자는 “나프타분해시설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재생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 기술동향을 파악하는 초기 단계인데 빠르게 기술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이 이처럼 기존 석유화학 설비에 재생에너지 기술을 접목하려는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통해 탈탄소시대에 발맞춰 기존 화학사업의 체질 바꾸기를 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재생에너지 적용뿐 아니라 나프타분해설비 공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탄소포집활용(CCU)기술 개발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4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탄소포집활용기술 등을 공동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고기능성 생분해 플라스틱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화합물 생산을 추진한다.
또한 세계 최대 바이오 디젤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와 함께 바이오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합성수지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앞으로 석유화학사업과 같은 탄소배출사업을 향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부회장의 화학사업 체질 바꾸기 노력은 탈탄소시대를 맞아 필수적 생존전략인 셈이다.
화학사업의 탈탄소사업전략은 ESG요소를 강조하는 투자자들의 경향에도 부합한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때 ESG지표가 낮은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나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ESG요소인 환경,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를 핵심 투자지침으로 삼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투자를 고려할 때 환경과 사회적 가치 등 ESG요소를 염두에 두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LG화학은 2019년 세계 화학기업 최초로 15억6천만 달러(약 1조8천억 원)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2월 8200억 원의 원화 ESG채권을 발행했다.
올해 6월에는 10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함으로써 LG화학은 누적 기준으로 국내 일반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약 3조7천억 원의 글로벌 ESG채권 발행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신 부회장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화학기업으로서 ESG경영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야만 사회적 측면뿐만 아니라 재무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배터리소재 등에 1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SG채권은 일반채권보다 금리가 낮아 자금조달비용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신 부회장은 최근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새로운 환경에서는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변화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하다”며 “LG화학은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