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1만 대 가까이 팔리는 차가 있는 반면 한 달에 채 10대도 팔리지 않는 차도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이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위주로 형성돼 있다보니 쿠페나 해치백, 왜건 모델은 거의 매달 최하위권 판매에 머무르고 있다.
◆ 제네시스 쿠페, 쿠페의 한계와 노후화로 부진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차종 가운데 지난 2월 가장 적게 팔린 차는 제네시스 쿠페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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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의 제네시스 쿠페. |
현대차는 지난 2월 제네시스 쿠페를 단 4대밖에 팔지 못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지난 1월에도 8대 팔리는 데 그쳤다.
쿠페는 뒤로 갈수록 차체가 낮아지는 차를 말한다. 보통 문이 2개이지만 4개인 모델도 종종 나온다.
쿠페는 자동차회사의 디자인 역량을 보여준다. 뒷좌석에 대한 부담이 없어 디자이너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산 쿠페는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2도어의 한계로 인해 가족 중심으로 차를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과거 아반떼 쿠페도 출시했지만 2년여 만에 단종했다. 현대차는 2013년 주력 모델인 아반떼의 기존 수요는 유지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 아반떼 쿠페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출시 초반 제네시스의 명성을 등에 업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지만 오랫동안 후속모델이 나오지 않으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2008년 처음 출시된 뒤 한 차례의 부분변경 모델만 출시됐다.
◆ 1년 내내 판매 최하위권 PYL 삼형제
현대차가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PYL이라는 브랜드로 묶어서 내놓은 i30와 i40, 벨로스터의 판매량도 바닥 수준이다.
PYL은 ‘프리미엄(Premium), 유니크(YouUnique),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의 약자다.
현대차는 지난 2월 i30를 191대, i40를 107대, 벨로스터를 67대 팔았다. 세 차종을 모두 합쳐도 400여 대가 되지 않는다.
현대차가 지난해 초 세 차종의 부분변경 모델을 잇달아 출시했지만 판매량은 반등하지 못했다. 세 차종은 1년 내내 부진한 판매를 이어갔다.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국내에서 인기가 없는 해치백과 왜건모델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i30는 해치백, i40는 왜건모델이다. 벨로스터는 해치백이지만 쿠페의 요소를 가미해 뒤로 갈수록 차체가 낮아진다.
해치백은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을 없애 실용성을 높인 차량을 말한다. 왜건은 세단의 뒷 차체와 트렁크를 길게 늘려 공간 활용성을 높인 모델이다. 둘이 외형이 비슷하지만 왜건이 해치백보다 넓은 수납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왜건의 무덤으로 불린다. 현대차가 출시한 왜건은 물론이고 수입차 왜건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실용성을 위해 수납공간을 늘인 점이 오히려 짐차 같은 느낌을 줘 국내 소비자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충호 전 현대차 사장은 2012년 가장 아쉬움이 남는 차로 i40를 꼽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당시 “포지셔닝이 애매하다”며 “40대 주부가 타면 좋은데 왜건모델을 국내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플래그십 세단 위상 못 세우는 K9와 체어맨W
기아차와 쌍용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K9와 체어맨W도 체면을 구겼다.
K9와 체어맨W는 지난 2월 각각 201대, 65대 팔리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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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의 체어맨W 카이저. |
고급브랜드 제네시스가 나오면서 K9는 현대차와 기아차 브랜드를 통틀어 최상위 차종에 올랐지만 이런 위상에 비해 판매량이 매우 부진하다.
K9가 부진한 것은 최고급 세단시장에서 수입차들이 워낙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현대차와 대결에서도 밀리기 때문이다.
체어맨W도 한동안 후속모델이 나오지 못하면서 판매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최근 체어맨W 카이저를 출시하며 고급차시장을 다시 공략하고 있다.
◆ 최하위권 새롭게 등장한 아슬란
국산차 판매 최하위권 차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차는 바로 아슬란이다.
아슬란은 2014년 10월 출시됐다. 출시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차가 국산차 판매 최하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현대차는 2월 아슬란을 151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1월의 266대에 비해서 거의 반토막났다.
아슬란은 지난해 11월과 12월까지만 하더라도 500~600대 사이의 판매량을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판매량이 급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아슬란의 판매가 감소하기 시작하자 할인, 가격인하, 상품성 개선모델 출시, 차종교환 프로그램 등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