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설계변경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임원 보직변경 등을 통해 그동안 설계변경에 반대해 온 강남구를 설득하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원안 조감도. |
26일 현대차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이 최근 단행한 임원 보직변경은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설계변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원래 105층 1개 동으로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70층 또는 50층으로 낮추고 건물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23일 내놓은 증권신고서 보면 22일자로 이중열 현대건설 상무가 GBC개발사업단장을 맡는다. 이 상무는 GBC개발사업단 인허가담당을 겸직한다.
현대건설이 3월31일 기준으로 내놓은 1분기 분기보고서까지만 해도 GBC개발사업단장은 김인수 현대건설 부사장이 맡고 있었다.
이 상무는 그동안 강남구와 봉은사 등 관련 이해 당사자들과의 대화창구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이 상무를 GBC개발사업단장에 앉히고 이 상무를 주축으로 설계변경에 반대하고 있는 강남구를 설득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이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강남구는 현대차그룹이 105층으로 설계했던 원안을 지켜야한다고 보고 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인허가 절차를 다시 진행하면 공사가 지연돼 인근 상인과 강남구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계획대로 105층으로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 구청장은 “설계변경이 확정되면 125만 명의 일자리 창출과 268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반감된다”며 “현대차그룹이 회사와 투자자의 이익만 앞세워 지역발전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구청장은 이와 관련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면담까지 제안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강남구의회는 2월 열린 임시회에서 ‘삼성동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신축사업 설계변경 반대 결의안’을 채택해기도 했다.
엄격히 보면 설계변경을 위해서는 사업자인 현대차그룹이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에 승인을 얻으면 되기 때문에 강남구가 반대한다고 해서 제동이 걸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사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할구청인 강남구청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로서는 강남구와 대화를 통한 설계변경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와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정 구청장이 설계변경을 강력하게 반대하자 현대차그룹이 정 구청장이 임기를 마치는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상황을 지켜보다가 설계변경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건설기간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시간을 끌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설계변경에 따라 수주 공사비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사가 지연되는 것보다 빠른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를 추진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는 기초 터파기가 진행중이다. 지난해 5월 착공했지만 현재 공정률은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겨울이 되면 토목공사 진척이 늦어지기 때문에 가을 전에는 현대차그룹이 설계변경을 서울시에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