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1-07-25 13: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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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원 엠투엔 대표이사가 신라젠 대표를 맡아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엠투엔이 600억 원의 자금을 투자해 신라젠 지분 20%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경영 정상화 요건을 이행한 만큼 신라젠은 당초 부여받은 개선기간이 끝나기 전에 주식거래가 재개될 수도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 김상원 엠투엔 대표이사.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8월13일에 열리는 신라젠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상원 엠투엔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를 거쳐 신라젠 대표이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명이 새로 선임되는데 최대주주의 대표인 김상원 엠투엔 대표가 현 신현필 신라젠 대표이사와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김상원 대표는 이미 신라젠 사장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경영학과 석사 출신으로 SK텔레콤 사업개발본부장, SK플래닛 성장추진단장, SK플래닛 비상근고문 등을 지냈으며 2020년 8월부터 엠투엔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엠투엔은 철강제품 제조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2020년 8월 회사이름을 디케이디앤아이에서 엠투엔으로 바꾼 뒤 바이오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엠투엔은 난소암 치료제 후보물질 GRN-300을 확보한 뒤 엠투엔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국 신약 개발업체 그린파이어바이오(GFB)와 함께 미국에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린파이어바이오와도 협력해 신라젠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그린파이어바이오를 통해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추가로 확보한 이후 신라젠에서 이 후보물질의 연구개발을 진행해 신라젠의 기업가치를 끌러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신라젠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펙사벡이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아짓 길 그린파이어바이오 대표도 신라젠 기타비상무이사에 오르게 된다.
신라젠은 앞서 20일에는 대표이사 직속의 과학자문위원회도 출범했는데 항암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스티브 모리스 박사와 하워드 카프만 박사가 참여한다. 스티브 모리스 박사는 그린파이어바이오의 최고의료책임자(CMO)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올해 6월 한 국내언론 인터뷰에서 “펙사벡에만 의존해서는 지금의 사업구조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과 국내 바이오업체들로부터 다수의 항암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올 하반기에 기술이전을 받는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한국거래소에 이와 같은 계획을 제시한다면 신라젠의 코스닥 주식거래 재개시점도 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이사 등 기존 경영진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되면서 2020년 5월 코스닥 주식거래가 정지됐으며 다음달인 6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문 전 대표는 2020년 6월11일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지만 엠투엔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전까지 신라젠 지분 5.1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였다.
신라젠은 2020년 11월 말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상장적격성 인정(거래재개), 개선기간 부여 등에 관해 심의를 받고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았다.
한국거래소는 이때 신라젠이 신규투자자로부터 500억 원 이상을 투자받고 최대주주가 지분 15% 이상을 확보할 것 등을 요구했는데 신라젠은 엠투엔이 최대주주로 들어오면서 이 조건을 충족했다.
엠투엔은 신라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7%를 확보하고 7월15일에는 신주 인수대금 600억 원을 신라젠에 납부했다. 여기에 400억 원 규모의 신라젠 유상증자에 추가로 참여하기로 했는데 신주 인수대금을 납입하는 8월31일 이후에는 엠투엔의 신라젠 지분율은 더욱 올라가게 된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의2 5항 단서규정의 3호를 보면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해당 기업의 신청이 있으면 개선기간 종료 전이라도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해 확정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개선기간 종료시점인 올해 11월 이전에라도 기업이 직접 의무이행내역서 등을 제출하면서 개선기간 종료를 신청할 수 있다”며 “기업이 한국거래소에 이행내역서를 제출하면 제출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한국거래소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6월 인터뷰에서 “엠투엔이 최종 인수대금을 납부하고 최대주주로서 신라젠의 미래를 제시한다면 한국거래소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며 “거래소와 소통해 조속히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신라젠은 7월23일 전체 임직원 40명에게 58억 원 상당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해 임직원 다잡기에 나섰다.
이는 최대주주가 엠투엔으로 변경되더라도 신라젠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펙사벡 임상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여기에 엠투엔과 그린파이어바이오와 협력함에 따라 펙사벡 개발 성공에 한층 자신감을 지니게 됐다는 풀이도 나온다.
현재 신라젠은 펙사벡과 미국 바이오기업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프타요를 병용하는 요법으로 신장암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전립선암, 흑색종, 대장암 등 여러 고형암을 대상으로 호주,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