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르면 9월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6월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8월9일을 전후로 예비심사를 통과해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등 뒤이은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부회장은 최근 LG화학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모회사 할인(지주사 디스카운트)'으로 LG화학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선이 나온 상황에서 신 부회장의 공격적 투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 할인은 모회사와 사업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해 있다면 모회사 기업가치에 반영되는 자회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현상을 뜻한다. 스위스 증권사 크레딧스위스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은 LG화학 기업가치에 큰 할인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신 부회장은 14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에서 이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은 관련 절차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확고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LG화학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소재뿐 아니라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부문에서도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특히 NB라텍스(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 공격적 증설에 지속해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NB라텍스는 합성고무소재로 강도 및 내화학성이 뛰어나 니트릴 장갑(라텍스 장갑)에 핵심원료로 사용된다.
니트릴 장갑은 코로나19로 위생·보건을 향한 관심이 늘면서 의료용 장갑으로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고 산업용, 요리용 등으로도 쓰임새가 많다.
말레이시아 고무장갑제조연합회(MARGMA)에 따르면 세계 니트릴 장갑시장 규모는 2024년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NB라텍스 생산능력을 연간 최소 100만 톤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전남 여수와 중국 공장에서 NB라텍스 생산능력 27만 톤을 보유했는데 내년까지 여수와 중국에 각각 11만 톤, 2023년까지 말레이시아에 24만 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증설하거나 신설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진행되는 공사들이 끝나면 2023년 NB라텍스 생산능력 73만 톤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NB라텍스시장 상황을 살펴가며 추가 증설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NB라텍스 생산능력 1위인 금호석유화학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사업을 키우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연간 NB라텍스 생산능력을 64만 톤을 보유했고 증설이 끝나면 2023년까지 95만 톤이 된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껏 석유화학산업 흐름을 읽고 수년 전부터 대비해왔다"며 "위생, 언택트 등에 부합하는 의료용 장갑소재(NB라텍스) 등이 미래 유망영역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NB라텍스 수요가 고점을 찍고 내림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과 그렇지 않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NB라텍스 증설에 나서는 것은 신 부회장이 NB라텍스시장 상황 분석과 경쟁력 확보를 통해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LG화학은 6월 태광산업과 합작법인(JV) '티엘케미칼(가칭)'을 설립해 NB라텍스의 원재료인 아크릴로니트릴(AN)을 국내에서 일부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NB라텍스 증설과 함께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석유화학부문 매출에서 NB라텍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설에 따른 효과로 지난해 2%에서 2023년 10%로 증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에서 NB라텍스뿐 아니라 친환경소재 투자도 늘려 성장동력을 넓힌다.
신 부회장은 14일 2025년까지 모두 10조 원의 신사업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조 원은 석유화학사업의 친환경소재 육성에 투입한다.
LG화학은 이 자금을 식물성 원료 기반의 바이오 제품(Bio-balanced)인 고흡수성수지(SAP) 생산,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PBAT) 기술개발에 활용한다. 또 신재생에너지산업 성장에 발맞춰 태양광 패널에 소재로 사용되는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 등에서도 신규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첨단소재사업부문에서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는 배터리소재사업에는 6조 원을 투자한다.
LG화학은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가운데 양극재 생산능력을 지난해 기준 4만 톤에서 26만 톤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올해 12월 경북 구미에 6만 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착공한다.
신 부회장은 LG전자 공장과 일본기업 인수 등 소문만 무성하던 분리막사업도 "인수합병(M&A)이나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