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SK에코플랜트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안에서 환경사업을 실행하는 구심점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등 주요 SK그룹 계열사들의 수처리는 티에스케이(TSK) 등 외부업체가 하고 있으나 2022년부터 SK에코플랜트가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서 수자원 재사용이 필요해 수처리사업을 하는 SK에코플랜트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은 반도체 제조에서 필수적 요소로 반도체 제조공정, 공정 가스 정화, 클린룸의 온도와 습도 조절 등에 쓰인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사업장 기준으로 2022년까지 일평균 6만2천 톤 규모의 물 재활용 목표를 수립하고 용·폐수 절감 태스크포스(TF) 를 운영하기로 했다. 물 활용도를 높이고 처리 과정을 국내 최고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증권업계는 SK에코플랜트가 SK하이닉스로부터 수처리사업 수주해 최대 연간 1천억 원 규모의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0년 기준 수처리 관련 매출이 2216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출이 45% 늘어나는 셈이다.
안 사장은 정부에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힘을 싣고 있는만큼 사업기회를 더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용인에 120조 원가량을 들여 반도체 공장 4개를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초기에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광역상수도망을 통해 용수를 끌어오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가 5월13일 내놓은 ‘K-반도체벨트 전략’에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 ‘2040 수도정비 기본계획’에 필요한 용수물량을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숨통이 트이게 됐다.
SK이노베이션도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사업을 준비하면서 SK에코플랜트와 협력구조가 만들어 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은 1월 열분해유 전문 생산업체인 미국 브라이트마크(Brightmark)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상용화 및 설비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2025년까지 6천억 원을 투자해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16만 ㎡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공장인 ‘도시유전’을 짓기로 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폐기물 소각과 수처리 용량이 클수록 리사이클링의 원료를 풍부히 확보할 수 있어 관련사업의 기술개발 기회가 많아지고 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친환경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EMC홀딩스 지분 100%를 1조 원에 인수했다. EMC홀딩스는 1개의 매립지와 4개의 소각장, 54개의 수처리사업장(970개 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종합환경 플랫폼기업이다.
이를 통해 SK에코플랜트는 단숨에 국내 수처리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EMC홀딩스는 SK에코플랜트에 인수된 뒤 회사이름이 ‘환경시설관리’로 바뀌었다.
SK에코플랜트도 5월24일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환경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신사업과 인수합병 등에 3조 원가량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폐기물처리·소각사업을 하는 새한환경, 대원그린에너지, 글렌코, 디디에스의 지분 100%를 418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안 사장은 하루평균 소각처리능력을 361톤에서 917톤으로 늘리고 SK에코플랜트를 국내 1위 소각처리기업으로 만들었다. 소각처리사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SK에코플랜트 11.7%, 아이에스동서 7.4%, EMK 6.9% 등이다.
안 사장은 5월31일 발표한 연간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신에너지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며 “기술력 중심의 친환경기업으로 성장해 국내 환경산업을 선진화하고 글로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