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 <비즈니스포스트> |
‘G80 전동화모델(ELECTRIFIED G80).’ 현대자동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이름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를 출시하며 새로운 이름 대신 기존 내연기관차 이름인 G80을 그대로 붙였다. 제네시스를 향후 전기차 브랜드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잘 보여준다.
현대차는 G80 전동화모델을 시작으로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 JW(프로젝트명)와 내연기관차 GV70의 파생전기차 GV70 전동화모델 등을 연이어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G80 전동화모델이 제네시스의 전기차 전환 기대를 판매성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준대형세단 G80 전동화모델을 직접 타봤다.
◆ G80 전동화모델 정숙하고 역동적, 고급세단과 전기차 장점 다 갖춰
7일 경기 스타필드하남 야외 주차장에서 G80 전동화모델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G80 전동화모델에 파퓰러패키지, 시그니쳐 디자인셀렉션, 뒷좌석 듀얼모니터, 2열 컴포트 패키지, 컴비니언스 패키지 등 주요 옵션이 대부분 들어간 9651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G80 전동화모델은 기존 내연기관차 G80의 파생모델인 만큼 기존 모델과 내외장 디자인의 큰 차이는 없다.
내연기관차에서 뚫려있던 전면부 라디에이터그릴이 막히고 충전구가 생겼다는 점, 실내에 친환경소재가 대거 적용됐다는 점 정도가 기존 모델과 차이점이다.
▲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 전면부 충전구. <비즈니스포스트> |
시승은 경기 스타필드하남 야외 주차장에서 출발해 경기 가평의 한 리조트를 돌아오는 왕복 약 80km의 코스에서 이뤄졌다.
승차감은 더할 나위 없었다. 스티어링휠은 묵직한 느낌으로 운전의 중심을 잡아줬고 가속 페달은 끝까지 힘있게 밟을 때도 변속 느낌 없이 매끄럽게 속도를 높이며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G80 전동화모델은 최대출력 136kW, 최대토크 350Nm의 힘을 발휘하는 모터가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적용돼 합산 최대출력 272kW(약 370PS), 합산 최대토크 700Nm(71.4kgf·m)의 힘을 낸다.
G80 전동화모델 성능의 진가는 스포츠모드에서 발휘됐다. 스포츠모드는 에코모드나 컴포트모드와 확연히 다른 성능을 보였다. 스포츠모드에서는 가속페달에 살짝만 힘을 실어도 빠르게 치고 나갔다. 몸이 뒤로 쏠릴 정도의 가속감이 느껴졌다.
G80 전동화모델은 스포츠모드 기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제로백이 4.9초에 그친다.
▲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에 새로 생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EV 관련 화면. 운전가능 거리, 가까운 충전소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회생제동은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회생제동은 차량 제동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의 기능으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작동한다.
회생제동 강도는 스티어링휠 양옆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통해 조절할 수 있는데 회생제동 강도를 높일수록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속도가 더욱 빨리 줄었다. 강도를 가장 높이면 가속페달 하나로 정차까지 할 수 있는 아이페달(i-PEDAL) 기능으로 자동으로 전환됐다.
정숙성 역시 기대이상이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에는 능동형 소음제어기술인 ‘ANC-R(Active Noise Control-Road)’이 기본 적용됐다.
이 기술은 4개의 센서와 6개의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노면소음을 측정하는 동시에 반대 위상의 소리를 스피커로 송출해 실내 정숙성을 높여준다. 하만의 하이엔드브랜드인 ‘렉시콘’ 스피커 17개에서 나오는 음향도 마음에 들었다.
▲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
다만 지난해 초 출시된 G80의 파생모델인 만큼 사용자경험(인터페이스)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보였다. 요즘 들어 현대차와 기아의 사용자 경험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최근 나온 신차와 비교하면 다소 모자란 구석이 있었다.
우선 14.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조금은 멀게 느껴졌다. 몸을 앞으로 조금 많이 기울여야만 손이 닿았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나 스티어링휠을 쥐고 있어도 간간히 힘을 주지 않으면 스티어링휠을 잡으라는 경고가 울렸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요즘 차와 달리 패널의 경계가 눈에 들어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복합전비는 하남에서 가평을 갈 때는 3.9km/kWh, 가평에서 돌아올 때는 4.9km/kWh를 보였다. G80 전동화모델 공식 복합전비는 19인치 타이어 기준 4.3km/kWh다.
◆ G80 전동화모델, 전용 플랫폼 버금가는 첨단기술에 친환경 감성을 더해
G80 전동화모델은 내연기관차 파생모델이지만 첨단기술을 다수 적용해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에 버금가는 성능을 확보했다.
차량외부로 일반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출시하면 V2L 기능을 전용 플랫폼 E-GMP의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G80 전동화모델에도 이를 구현했다.
▲ 시승 대기 중인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 <비즈니스포스트> |
G80 전동화모델에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가장 용량이 큰 87.2kWh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에 최대 427km(산업통상자원부 인증 수치)를 갈 수 있다.
충전속도도 전용 플랫폼 전기차인 아이오닉5나 기아 EV6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350kW급 초급속 충전을 하면 22분 이내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G80 전동화모델은 경량 소재를 적용하고 부품의 개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최적화해 차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에 따라 G80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차체 강성도 17% 가량 높아져 탑승객과 배터리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현대차는 G80 전동화모델에 이런 첨단기술과 함께 친환경가치를 중시하는 감성도 다수 담았다.
현대차는 G80 전동화모델을 출시하며 ‘재창조(RE: CREATE)’를 고급 전기차의 새로운 가치로 제안했는데 이를 위해 실내에 친환경 소재를 다수 적용하고 이를 통해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을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실내시트와 콘솔, 2열 팔걸이(암레스트)에는 천연염료를 사용한 가죽을 적용했고 가구제작 공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나무조각을 재활용한 친환경 원목장식으로 콘솔, 2열 팔걸이, 도어 등을 장식했다. 재활용 페트병과 나일론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친환경원단도 실내에 사용했다.
▲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 뒷좌석. <비즈니스포스트> |
현대차는 친환경가치를 G80 전동화모델의 주요 마케팅 지점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제네시스만의 일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등 기존 고급 브랜드도 전기차시대를 맞아 하나 같이 친환경소재 등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전기차 성능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향한 브랜드의 진정성도 중요하다는 것인데 G80 전동화모델 역시 이를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볼륨모델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전기차 모델로 선택됐다.
▲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 뒷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현대차는 G80 전동화모델을 시작으로 JW(프로젝트명)와 GV70 전동화모델을 연이어 출시해 국내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 전기차시장을 노린다. G80 전동화모델의 이미지와 판매 성과는 앞으로 나올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차는 G80 전동화모델을 AWD(사륜구동) 단일모델로 운영한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8281만 원으로 책정됐다.
정부가 9천만 원 이하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만큼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실제 구매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 주행 중인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 <현대자동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