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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테러방지법 반대토론으로 필리버스터 역사 새로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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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에서 독일 나치 전범의 사례를 들며 눈물을 닦고 있다. <뉴시스> |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며 무제한 토론자로 나서 10시간 18분의 역대 최장 발언 기록을 세웠다.
은 의원은 24일 오전 2시29분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문병호 의원에 이어 3번째 발언자로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은 의원의 발언은 이날 오후 12시48분까지 이어졌다. 모두 10시간 18분 동안에 걸쳐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열변을 토한 것이다.
은 의원은 “테러행위를 방지하는 것은 항상 인권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그런데도 지금 정부여당은 직권상정을 통해 이를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국정원 댓글사건 관련 의혹을 언급하기도 하며 “국정원 강화법을 만들기 위해 국정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테러방지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은 의원은 김광진 의원이 5시간32분 동안 진행한 발언시간 기록을 깨고 10시간이 넘게 발언했다.
은 의원은 심야에 발언을 시작해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단상에서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는 중간에 체력적 한계를 느꼈는지 허리를 부여잡기도 하면서 초췌하고 피로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은 의원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부연구위원 등을 지낸 노동전문가로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첫 입성했다.
그는 올해 53세로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6년 동안 복역했으며 당시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분실에서 고문을 당해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 하는 생각 좀 하자”며 박 대통령에게 “‘피를 토하거나’와 같은 날선 표현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할 수 있는지, 격려하고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테러방지법은 지난해 2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말한다.
이 법안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국가정보원의 권한과 범위다. 구체적으로 ▲국정원장 소속 테러통합대응센터 설치 ▲테러기도 지원자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의 정보수집 허가 ▲테러 선전·선동 글, 그림, 상징적 표현 등 인터넷 유포시 긴급삭제 허가 등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처리를 위해 직권상정했으며 야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필리버스터는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는 등 필요한 경우에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73년 폐지됐다가 국회 선진화 취지로 2012년 재도입됐다.
1939년 흑백영화 ‘스미스씨 워싱턴 가다’는 필리버스터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스미스는 필리버스터를 요청해 23시간 이상을 서서 연설하는 것으로 나온다.
은 의원의 최장 발언으로 국내외에서 이뤄진 각종 연설 기록도 화제를 낳고 있다.
미국 대선 예비후보로 나선 버니 샌더스는 2010년 12월10일 당시 버몬트 주의 무소속 상원의원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부자감세 법안 합의에 항의하며 상원 의회 연단에서 8시간37분 동안 연설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64년 4월20일 국회 본회의에서 5시간19분 동안 발언해 최장시간 발언 기록으로 기네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