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신흥시장 개척에 주력해 수주에서 ‘탈중동 노선’ 움직임에 더욱 속도를 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저유가에 따른 중동발 수주실적 감소로 해외 수주량이 2014년과 비교해 50% 넘게 줄었다.
정 사장은 올해 토건과 교량, 플랜트 등 강점을 갖춘 사업부문에 주력해 기회가 많은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수주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사장은 올해 발표한 경영방침에서 “외부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중동 집중 수주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중남미와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등 신흥시장에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 현대건설, 신흥시장 개척 가속화
24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에콰도르에서 퍼시픽 정유 수주를 위해 지사 설립을 결의했다.
|
|
|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
퍼시픽 정유 프로젝트는 1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데 현대건설은 중국 시노마치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프로젝트 자금을 중국 정책금융으로부터 대부분 조달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중남미 지역에서 2012년부터 중국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EPC(설계-구매-시공)와 자금조달을 결합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정수현 사장은 올해 해외에서 16조4173억 원을 수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수주금액보다 65.7% 늘어난 것이다.
정 사장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중동에서 벗어나 중남미와 독립국가연합 등 신흥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
현대건설은 교량과 플랜트 등 경쟁력을 갖춘 사업을 중심으로 중남미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2년부터 중남미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2012년 3억5천만 달러 규모의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공사를 수주했고 우루과이와 칠레 등에서도 13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현대건설은 2014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한 페트콕(석유부산물) 발전소의 선행설계를 900만 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페트콕 발전소는 기존 유럽과 일본 등 기술적 고부가가치 산업을 주도하는 일부 국가들의 시장이다.
현대건설은 페트콕 발전소의 본공사까지 30억 달러에 수주하며 플랜트 분야에서도 기술적으로 한단계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토건과 교량 등을 바탕으로 중남미를 공략해왔지만 최근 선진국이 선점했던 플랜트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남미 발주처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수주를 늘려나갈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정수현 사장은 올해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된 이란을 거점으로 독립국가연합 지역 진출도 꾀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이란에 테헤란지사를 설립한 뒤 해외영업팀 안에 이란-독립국가연합 파트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이란 정부가 발주한 테헤란의 마디클리닉병원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앞으로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건설은 2014년 우즈베키스탄 국영전력청에서 발주한 8억2천만 규모의 복합 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해 독립국가연합 지역 첫 진출에 성공했다.
|
|
|
▲ 최재찬 현대건설 전력사업본부 전무가 2014년 11월 베네수엘라 페트콕 발전소 기본설계 수주 계약서명식에서 발주처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정수현, 왜 신흥시장에 주목하나
중남미 지역은 국내외 경쟁기업의 진출이 본격화하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2010년 콜롬비아에 지사를 설립한 뒤 2012년 베네수엘라, 2013년 우루과이, 2014년 칠레에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 에콰도르 지사 설립을 결의하는 등 중남미 건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신흥시장은 경제발전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대한 수요가 많다. 중남미 국가들은 낙후된 인프라 때문에 경제성장이 저해되고 있어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남미 국가의 교통 인프라 수준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중남미 국가의 GDP 대비 물류비용은 16~25%로 OECD국가의 GDP 대비 물류비용인 10%보다 한참 높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남미 국가가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꾸준히 늘려 2018년에 약 3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도 경제성장을 위해 도로와 교통 등 사회 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건설사가 지난해 중동에서 저유가에 따른 발주량 감소로 실적이 부진했던 점도 현대건설이 신흥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이유다.
◆ 그래도 중동을 주목
정수현 사장은 탈중동 전략을 통해 현대건설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전통적인 수주텃밭으로 꼽혀온 중동을 향한 시선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국내 건설사들 모두 중동발 수주가뭄을 겪고 있지만 국내 건설사 해외발주의 40%가 몰린 중동은 현대건설에 여전히 매력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올해 들어 중동의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는 규모는 1229억 달러이다.
현대건설은 이 가운데 355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해 국내 건설사로는 가장 많은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4월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이 아마디 지역에 계획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프로젝트의 입찰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33억 달러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미쓰비시 중공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저가 입찰을 제안하며 다른 기업보다 경쟁우위에 선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정수현 사장은 최근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에서도 플랜트는 물론이고 전력과 인프라 등 기간산업 발주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이란에서 이때까지 36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하며 신뢰를 쌓았다”며 “현대건설은 다른 기업보다 기술적 우위를 지닌 전력과 인프라 사업에 집중해 수주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