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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2011년 8월 노사갈등 문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자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상증자를 하고 자산을 팔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구책 추진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한다.
조 회장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네 아들 중 둘째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동생이다. 조중훈 창업주가 별세한 2002년 이후 형제 갈등 끝에 2005년 11월 한진그룹 계열분리를 통해 한진중공업 회장이 됐다.
◆ 한진중공업 유동성 확보 안간힘
한진중공업은 7일 2450억 원(330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진중공업은 지주회사 한진중공업홀딩스가 34.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분 46.50%를 소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유상증자를 통해 얻은 돈을 오는 8월 만기가 돌아오는 1500억 원 규모의 사채 상환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일부는 부산 영도조선소의 운영자금으로 투입한다.
조 회장은 자산도 활발히 매각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부산 암남동 부지를 약 850억 원에 팔았다.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사옥과 동서울터미널 및 부산 연구개발센터 매각도 진행 중이다. 이들 자산이 모두 팔릴 경우 2천억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조 회장은 유동성을 확보해 지난 4월 맺은 재무구조 개선약정 대상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약정 대상은 재무구조가 불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대기업이다. 주채권은행과 약정을 맺을 경우 해당회사는 부채를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작년부터 자산 유동화를 본격화했다”며 “올해 말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쯤 재무구조 개선약정 대상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회장을 맡은 한진중공업을 재계 순위 41위의 중견그룹으로 키웠다. 그러나 조선시장 불황에다 노사갈등이 깊어지면서 경영사정이 악화됐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09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도 2127억 원에 이르렀다. 매출은 1조927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7% 떨어졌다. 5년 전 매출 3조2276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4년 전부터 이어진 노사갈등도 수익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 회장은 2010년 부산 영도조선소에 근무하던 노동자 400명을 정리해고했다. 노조는 그해 12월 영도조선소를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노사는 이후 극심하게 갈등을 벌이다 지난해 2월22일 서로 민형사소송을 취하해 갈등을 끝냈다. 하지만 3년 동안 영도조선소의 가동이 거의 중단되면서 한진중공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최성문 한진중공업 사장은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영도조선소 설비 개선 등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올해 영도조선소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영도조선소는 정상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10월 벌크선 4척을 수주하면서 수주도 살아나고 있다.
◆ 자구노력 성과를 만들어 낼까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회생을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 관계자들은 자구책의 결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 자산매각 속도가 느리고 한진중공업의 조선기술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우선 조 회장이 유상증자를 통해 원하는 자금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또 조달자금을 모두 빚을 갚는 데 써도 부채비율은 230%를 넘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상증자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계획대로 될지 납입 만기일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매각도 차질을 빚고 있다. 1200억 원 규모의 인천북항 배후부지는 연말이 지나야 팔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 사옥도 아직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진중공업이 유상증자에 나선 이유도 자산매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한진중공업의 조선사업 경쟁력이 뒤지는 것이다. 최근 조선시장은 선박에너지 효율설계지수(EDDI)에 따라 연비기준이 강화됐다. 한진중공업이 만든 선박은 전반적으로 연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조선소는 연비와 설비가 중요한데 한진중공업의 이 부분의 경쟁력이 낮아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