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대차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자체 로봇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성 강화를 꾀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그동안 뛰어난 기술력에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구글, 소프트뱅크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인을 여러 차례 바꿔야만 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재 4족 보행로봇 ‘스팟’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내년부터 짐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가능한 물류로봇 ‘스트레치’를 상용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들어 유튜브에 관련 제품 홍보 영상을 꾸준히 올리는 등 제품 상용화에 소홀했던 이전과 다른 모습도 보이고 있다.
스팟은 건설용, 재난구조용 등에 이어 우주탐사용으로 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고 스트레치는 물류시장 성장에 힘입어 상용화 초기 단계부터 적지 않은 수요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완성차제조업체인 현대차그룹과 협업해 시너지 낼 수 있다는 점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수익성 확보의 최대 무기로 꼽힌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재 현대차그룹 미국 공장뿐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연구거점인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 등에서도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최근 미국 출장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둘러보고 현지 경영진과 미래 사업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업을 예고한 만큼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협력범위는 앞으로 계속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해외업체인 만큼 정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한 채 현대차그룹과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확대해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올해 말 시행되는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가 일정비중 이상의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리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보는데 국내 계열사만 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수익성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이면 대규모 투자이익도 얻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0%를 보유한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지분 80%를 사오는 방식으로 이번 인수를 진행했다.
나머지 지분 20%는 그대로 소프트뱅크그룹에 남겨뒀는데 앞으로 4~5년 안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상장해 소프트뱅크그룹의 출구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증시에서는 이미 상장한 테슬라를 비롯해 현재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루시드모터스와 리비안 등 미래 모빌리티 관련 업체들의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래 모빌리티분야 로봇기술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상장에 흥행한다면 현대차그룹의 지분가치 역시 크게 상승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완성차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종합서비스업체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현대차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말 진행한 CEO인베스터데이에서 기존사업을 제외한 미래사업에만 2025년까지 23조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사업까지 합하면 투자규모는 60조1천억 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정의선 회장 20%, 현대글로비스 10% 등 모두 80%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을 한다면 지배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일부 지분을 매각해 신규 투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 보스턴다이내믹스가 3월 선보인 물류로봇 '스트레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은 정 회장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정 회장은 사재 2500억 원을 투자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확보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 회장 개인적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번 투자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정 회장이 지분 20%를 넘게 보유한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 한 곳에서 두 곳으로 늘어났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혹은 개편 이후 지분승계 때 정 회장의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에 흥행한다면 정 회장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가치는 1조 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결정 당시 정 회장의 지분 참여와 관련해 “미래 신사업을 향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투자다”며 “로봇사업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우수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