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문 기자 question@businesspost.co.kr2021-06-2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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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들이 러시아 진출을 올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이 러시아 플랜트사업 등의 계약을 따내며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 등 다른 건설사들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러시아 석유기업 가즈프롬네프트의 모스크바 정유공장 모습. < DL이앤씨 >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과 아시아 등 기존 주력 시장역에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풍부한 석유 매장량으로 플랜트사업의 가능성이 높은 러시아에 진출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기존에 수주해왔던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건설사들의 저가입찰 등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최근 러시아뿐 아니라 호주, 남미 등 새로운 시장에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하는 데는 과열된 시장을 피해 좀 더 수익성이 나은 곳을 찾으려는 판단이 깔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4일 러시아 오렌부르그주에서 러시아 민간석유기업 노비포톡이 발주한 1천억 원 규모 가스처리시설의 EPC(설계·조달·시공)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러시아에서 EPC계약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처음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신시장 개척과 시장 다각화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며 “플랜트 설계 기술력과 사업수행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추가 수주도 해내겠다”고 말했다.
DL이앤씨도 3월12일 러시아 가즈프롬네프트와 3271억 원 규모의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사업과 관련해 가계약을 맺으며 러시아 건설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가즈프롬네프트는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즈프롬에서 95%의 지분을 들고 있는 회사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국영기업인 가즈프롬과 그 자회사들과의 거래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즈프롬은 천연가스부문에서 세계 1위, 석유부문에서는 유럽 최대 기업으로 평가된다. 자회사 가즈프롬네프트 자체도 러시아에서 3번째로 큰 석유생산회사다.
DL이앤씨는 러시아에서 기반을 탄탄히 닦아나가고 있다.
DL이앤씨는 스위스 비료회사인 유로켐으로부터 러시아 우스트루가 지역의 8천 톤급 메탄올 생산공장 건설의 기본설계를 수주하기도 했다.
DL이앤씨는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에서 추가 EPC(설계·조달·시공)계약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밖에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많은 성과를 보여온 삼성엔지니어링도 러시아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러시아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지사를 만들었다"며 "러시아 시장조사 등을 진행하면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에 가즈프롬이 발주한 8억8천만 달러(9577억 원)규모의 이라크 바드라 GSP(가스 오일 분리 플랜트)를 수주해 가즈프롬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러시아는 아니지만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지역에서 플랜트 현대화사업 등을 수주했던 점 고려하면 러시아 진출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평가된다.
SK에코플랜트는 우즈베키스탄의 플랜트 현대화사업이 궤도에 오른 뒤 소련 해체 이후 결성된 독립국가연합의 국가와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추가사업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러시아 등 진출과 관련해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