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 취득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삼성그룹 차원의 사업구조개편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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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6일 삼성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가 구주주청약 단계에서 99.9%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실권주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별도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해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이어가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마련한 자금을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삼성그룹 오너 지배력의 사각지대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유상증자 신주의 20%를 우리사주조합이 배정받으면서 삼성SDI 등 최대주주 지분은 오히려 감소하게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은 바이오플랜트 설계와 시공역량을 갖추고 있어 매우 중요한 계열사다. 바이오사업이 삼성그룹의 신수종사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5천억 원 규모의 바이오플랜트 건설공사를 수주했고 앞으로도 바이오플랜트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사업을 키워갈수록 삼성엔지니어링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삼성엔지니어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선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 혹은 주요주주가 될 경우 삼성엔지니어링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삼성그룹 건설부문 재편설과 맞물려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지배력이 오히려 낮아지게 돼 삼성물산과 합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할 경우 최대주주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얻게 돼 새로운 출자고리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생긴다.
이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두 회사는 2014년 이미 한 번 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설계와 시공능력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주주들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회사의 예상을 넘어서면서 합병이 무산됐다.
두 회사는 합병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은 상태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꾸준히 합병 가능성이 나왔고 두 회사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제고 합병이 추진될 가능성은 있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모두 연임된 것도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최근 합병을 위한 환경도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국회에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통과하면서 절차가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이 합병을 추진했을 때 발목을 잡았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절차가 간소화돼 합병을 추진하기 수월해졌다. 원샷법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가능기간을 기존 20일에서 10일로 단축하고, 회사의 주식매수의무기간은 상장법인의 경우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원샷법이 조선, 중공업 등 한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도 두 회사 합병 추진은 원샷법의 취지를 살리는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샷법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