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강 부회장이 2020년부터 롯데쇼핑의 대대적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나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는 2020년에만 12개의 점포를 폐점해 구조조정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됐으나 2021년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구조조정으로 고정비가 낮아진 상태가 유지됐지만 매출총이익률(GPM)의 부진이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
이는 최근 소매업환경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소비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임대를 주던 매장의 계약 만료로 임대수입이 감소한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전반적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으며 특히 할인점(롯데마트)의 부진이 아쉽다”며 “다만 구조조정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 부회장은 올해 할인점, 슈퍼, 백화점 등에서 60여 개의 매장을 정리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강 부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지난해부터 진행한 점포 구조조정을 향후 2년 동안 추가로 진행해 이익 중심의 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며 “불확실성이 더 커져가는 경영환경 속에서 내실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현재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노리고 있어 수익성 개선을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가 절실하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5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롯데컬처웍스 등 일부 사업부에서 계속 영업손실을 낸다면 재무구조에 큰 부담이 된다. 롯데컬처웍스는 올해 1분기에만 영업손실 400억 원을 냈다.
롯데쇼핑 총차입급은 2020년 말 기준 16조4105억 원으로 2018년 말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또 ‘총차입금/세전영업이익(EBITDA)’은 10.1배로 이익 창출력에 비해 차입금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온라인소비 확대, 코로나19 지속 영향으로 현금 창출능력 및 영업 수익성이 저하됐다”며 “핵심사업인 국내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슈퍼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강 부회장은 올해도 부진한 할인점과 슈퍼, 백화점 등의 점포를 정리하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는 올해 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원부터 부장까지 모든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했다.
또 롯데마트의 일부 매장은 온라인 배송거점인 ‘세미 다크스토어’ 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세미 다크스토어란 점포의 일부를 박스 포장을 할 수 있는 물류시설 공간으로 바꾸는 것인데 롯데마트는 2021년까지 29개의 점포를 세미 다크스토어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점포를 폐점하지 않고 매장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마트의 29개 매장이 세미 다크스토어로 바뀌면 온라인주문 처리량이 현재보다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서울에 있는 한 롭스 매장의 모습,
헬스앤뷰티(H&B) 브랜드 롭스는 할인점에 들어온 매장을 제외하고 모두 폐점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롭스는 2020년 매장 수를 129개에서 104개까지 줄였음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마트가 롭스를 인수하도록 했는데 이는 롭스 운영방식을 완전히 바꾸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롭스 매장을 폐점함에 따라 매몰비용이 많이 발생해 올해 1분기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이 급감했다”며 “롭스의 매장을 추가적으로 정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아직 얼마나 줄일지는 정해진 것이 없고 롭스 매장을 ‘숍인숍’ 형태로만 운영하는 것도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컬처웍스의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롯데컬처웍스는 2020년 8월에 이어 올해 초에도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또 올해 100여 개 직영관 가운데 손실규모가 막대한 20여 개 지점을 단계적으로 폐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비효율 매장 축소와 인력 감축으로 그동안 부진했던 사업부의 손익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며 “향후 실적은 롯데컬처웍스 등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의 영업손실폭 축소가 관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