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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원그룹 몰락, 이희상 '페라리와 와인 사랑' 지나쳤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2-02 20: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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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원그룹 몰락, 이희상 '페라리와 와인 사랑' 지나쳤나  
▲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

‘페라리를 타는 와인 매니아.’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을 따라다녔던 수식어다.

동아원그룹이 1956년 설립된 지 약 60년 만에 사실상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희상 회장은 동아원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국제분 유상증자를 통해 사조그룹 계열사 3곳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부터 1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이 회장이 동아원그룹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사조그룹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동아원그룹은 창업주인 운산 이용구 회장이 1956년 창업한 호남제분이 모태다. 밀가루 제조 판매를 비롯해 사료, 와인, 식품까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해 한때 계열사가 30개가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동아원그룹은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과 사돈기업으로 유명세를 탔다. 전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전재만씨는 이 회장의 맏사위다.

이 회장은 1남3녀 가운데 딸 셋이 모두 대통령가와 직간접 인연을 맺는 등 화려한 혼맥을 자랑했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윤혜씨가 전재만씨와 결혼했고 차녀 이유경씨도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의 동생인 신영수 서울대 의대 교수의 아들 신기철씨와 결혼했다. 신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의 장인이다.

이 회장의 막내딸 이미경씨는 조현준 효성 사장과 결혼했다. 조 사장은 사촌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여서 이 전 대통령과도 혼맥이 이어진 셈이다.

동아원그룹은 화려한 정재계 인맥을 바탕으로 한때 준재벌그룹의 반열에 오를 기회를 맞기도 했으나 무리한 사업확장에 발목이 잡혔다.

제분업계에서 동아원은 한국제분을 합산할 경우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의 뒤를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지켜왔다. 밀가루사업은 현금장사여서 크게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낮다.

그런데도 동아원그룹의 재무사정이 악화한 것은 와인사업과 수입차사업 등 ‘외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동아원은 2007년 수입자동차 무역, 자동차 정비사업을 하는 FMK를 설립하고 마세라티, 페라리 등 슈퍼카를 수입판매하는 데 뛰어들었다.

이에 앞서 2005년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지역에서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를 운영하는 데도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 또 국내에 나라셀라, 단하유통 등 와인수입사를 설립했다.

본업과 무관하게 벌인 무리한 사업확장은 자금사정 악화를 불렀다. 2014년 연결기준으로 동아원그룹 부채비율은 무려 789%까지 불어났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FMK를 효성에 200억 원에 매각했고 4월 계열사 대산물산의 서울 논현동 사옥인 운산빌딩도 392억 원에 팔았다.

또 계열사 당진탱크터미널 지분도 160억 원에 전량 매각했고 11월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이 소유한 서울 종로타워 탑클라우드를 서울향료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동아원은 연결기준으로 순손실만 302억 원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동아원그룹의 지주회사나 다름없는 한국제분 지분까지 매각해 급한 불을 끄려했으나 지난해 말 매각이 무산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렸다.

한국제분 매각이 무산되자 동아원의 기업신용등급마저 투기등급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 회장이 경기고 선후배 사이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지분을 넘기기로 결정한 것도 사정이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한국제분 재매각을 추진해 제값을 받고 팔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까지 자금사정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은 자금난뿐 아니라 주가조작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등 외부악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동아원이 자사주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도록 돕기 위해 주가를 조작하는 것을 묵인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7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억 원, 추징금 4억2천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1월28일 진행된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이 유지됐다.

이 회장이 전 전 대통령과 사돈이라는 점이 경영에 ‘독’이 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부 금융기관들이 동아원그룹과 거래를 꺼려 유동성 악화가 심화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동아원과 한국제분은 지난해 12월29일 워크아웃(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이 결정됐다. 워크아웃 개시 당시 채권은행들이 보유한 동아원의 채권액은 2849억6천만 원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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