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일찌감치 보이고 있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시공했다는 정통성을 내세워 홍보활동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조합원들이 ‘현대’라는 이름에 애착이 강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클 수 있다.
9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에 가장 큰 의지를 지닌 곳은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건설사라면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지만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모두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주택사업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시공한 곳은 현대건설이 아닌 그들인 만큼 재건축사업을 맡아야 할 정통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3월 현대건설 주택사업부로 시작된 한국도시개발에서 출발했다.
이후 한국도시개발은 한라건설과 합병돼 현대산업개발이 됐다. '왕자의 난'으로 1999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되기 전까지는 현대그룹 주택사업을 주로 담당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1976년부터 1987년까지 1~14차가 모두 지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서 자격을 주장할 만한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홈페이지의 주요 연혁에서 1987년 4월 압구정 현대아파트14차를 준공하며 압구정 현대아파트단지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권 사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이 본격화하면 이런 정통성을 강조하는 홍보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역사와 ‘현대’라는 이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80년대부터 대한민국 부자동네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는데 주민 상당수가 수십년 동안 거주하면서 아파트에 관한 애착이 강하게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가 2004년 리모델링해 ‘대림아크로빌’로 분양한 압구정 현대아파트14차가 이후에도 외벽에 '65'라는 숫자만 쓰였고 계속 ‘현대65동’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도 이 일대 주민들이 현대라는 이름에 강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는 근거로 꼽힌다.
권 사장으로서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시공사로서 정통성을 내세우는 전략을 펼친다면 향후 수주전에서 다른 건설사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14차 단지로 구성돼 있으며 83개 동, 6335세대 규모다.
압구정 재건축3구역(1~7차와 10·13·14차)에 가장 많은 세대가 포함돼 있고 2구역(9·11·12차)과 4구역(8차)에 나머지 세대가 들어가 있다.
현재 4구역을 제외한 2, 3구역은 재건축조합 설립이 이뤄졌다.
최근 서울시가 압구정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는데 재건축사업 다음 단계인 지구단위계획 고시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는 시선이 조합 내부에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등한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값을 우선 진정시킨 뒤 재건축사업 관련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4월21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발표하면서 재건축사업 자체추진이 가능한 단지는 계류된 계획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재건축사업은 지구단위계획이 고시되면 설계안 마련, 사업시행인가 등을 거쳐 시공사 선정까지 진행될 수 있다.
사업시행 인가는 사업내용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신청 이후 6개월~1년 사이에 일반적으로 나온다.
권 사장이 올해 연임에 성공해 2024년 3월까지 회사를 이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기 안에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수주전을 이끌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상징이자 역사”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현대아파트의 새로운 신화를 이어나갈 계획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