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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 노사협상 난기류, 이재용 '노조 존중' 선언 시험대에 올라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5-02 14: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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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에서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일부 계열사의 노사교섭이 난항을 겪는 데는 노조가 조합원들의 생각을 적극 대변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경영 철폐’를 선언한 뒤 삼성그룹이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계열사 노사협상 난기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용</a> '노조 존중' 선언 시험대에 올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사에 따르면 올해 파업 등 쟁의행위가 사상 처음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조만간 중앙노동위원회에 올해 임금교섭의 중재를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을 대상으로도 쟁의행위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6.8%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노사협의회의 합의한 4.5% 이상 인상은 어렵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까지 염두에 두고 실력행사에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그룹의 ‘맏형’ 삼성전자를 넘는 수준의 기본급 인상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교섭 난항의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도 아직 올해 교섭이 끝나지 않았다.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의 쟁의행위가 삼성전자의 교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앞서 3월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기본급 4.5% 인상을 포함 급여 7.5% 인상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 10% 인상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수가 올해 초 1500여 명에서 4월 3천여 명까지 빠르게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노사 교섭도 순탄하게 풀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노조가 설립된 다른 계열사들에서도 회사 측이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임금협상안을 놓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노조가 설립된 곳에서도 자율조직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교섭을 진행해왔다.

이에 지난 1월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들은 상급단체를 금속노련으로 변경하고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금속삼성연대)를 설립해 연대행동에 나섰다.

금속삼성연대는 2월8일 삼성그룹을 상대로 임금협상의 공동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이 아직 무노조경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그룹이 여전히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노사협의회와 임금 및 노동조건을 협상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비인간적 평가제도의 폐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삼성연대 관계자는 “노조가 존재하는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노사협의회와 임금을 협의할 뿐 노조와는 소송도 불사하는 등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이처럼 노사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우선 정리돼야 소통과 상생, 화합 등 가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5월6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해 노사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 선언 직후 삼성그룹에서 계열사별 노조가 설립되는 등 노사문화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올해 1월 국정농단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돼 재수감되면서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노사문제에 양보를 하든 강경대응을 하든 결단을 내릴 오너가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놓였다.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들이 임금교섭에 쉽사리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과 연관짓는 시선도 있다.
 
삼성 계열사 노사협상 난기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용</a> '노조 존중' 선언 시험대에 올라
▲ 금속삼성연대가 2월8일 임금협상의 공동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금속노련>

이 부회장의 재수감된 뒤 계열사들이 기존 방식대로 노사협의회와 임금을 협의하는 등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노사 문제와 관련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가 지속적으로 권고사항을 내 온 만큼 노사문제와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앞서 4월 초 노동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계열사 노사관계자문그룹과 간담회를 여는 등 노사 현안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삼성그룹의 노사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사관계가 이 부회장의 대국민사과에서 주요 내용이었던 만큼 준법감시위원회가 그룹에 노조와 원만한 합의를 촉구하는 권고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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