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3월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창쩐밍 시틱그룹 동사장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금융의 삼성전자’ 만들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를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금융계열사들의 해외진출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업계와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금융계열사의 역할을 제조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금융사업을 독립적으로 글로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이 글로벌 금융계 인사와 접촉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함께 우샤오후이 중국 안방보험 회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를, 3월 중국 시틱그룹 경영진들과 만나 금융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IT와 금융을 융합한 '핀테크'사업을 통해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가 대표적 사례다.
삼성페이가 지난해 처음 출시됐을 때 삼성카드는 삼성페이의 온라인 결제를 전담했다. 삼성카드는 최근 삼성페이 전용 모바일카드도 출시했다. 삼성페이가 해외진출할 때 삼성카드도 동반진출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페이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글로벌 시장에 함께 진출하면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국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 규모가 삼성전자에 비하면 초라하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매출 27조7053억 원, 삼성화재는 매출 21조7143억 원을 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거둔 매출 200조6535억 원과 비교하면 10% 수준에 그친다.
이런 차이는 해외사업에서 비롯된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해외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중국 합작법인인 중항삼성인수(현 중은삼성인수)의 최대주주 자리를 중국은행으로 넘겼다. 그는 삼성생명의 일본 도쿄사무소 규모도 대폭 축소했다. 태국 합작법인인 ‘타이삼성’의 실적도 좋지 않다.
|
|
|
▲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국내에서 1위지만 해외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김 사장도 삼성물산과 삼성화재에서 해외사업을 주도한 해외통으로 기대가 컸지만 현재 해외진출보다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안 사장은 삼성생명 뉴욕투자법인장 출신의 해외사업 전문가다.
그러나 안 사장도 지난해 삼성화재의 해외실적을 별로 개선하지 못했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11월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히면서 해외 인수합병에 쓰일 투자여력이 줄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삼성증권은 국내 자산관리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올해 들어서야 베트남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은 그동안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에 집중하다 보니 내수에 치중하고 해외사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해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금융의 삼성전자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금융사장단 회의에서 “금융도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지주회사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를 재편하려는 것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해외사업을 본격 추진해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어 내기 위한 토대를 구축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