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홈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전열을 두텁게 하고 있다.
제품군(라인업)을 확대하면서 협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
2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5월11일 진행하기로 예고한 ‘비스포크홈 2021’ 행사는 비스포크홈의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비스포크홈은 기존 주방가전 브랜드 비스포크를 생활가전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확대하는 개념이다.
삼성전자는 이 행사를 앞뒤로 신발관리기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6월에는 비스포크 브랜드의 식기세척기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승 사장은 앞서 3월 열린 ‘비스포크홈’의 국내 출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2021년 상반기 안에 비스포크 신제품 17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현재까지 15종의 제품이 비스포크 라인업에 채워졌다.
신발관리기와 식기세척기의 출시는 비스포크 신제품 17종 출시의 약속을 지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비스포크 라인업을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움직임이기도 한 셈이다.
이 사장은 비스포크의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전략의 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팀비스포크’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비스포크는 이 사장이 3월 행사에서 공개한 사업전략으로 비스포크 브랜드의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다양한 회사들과 협업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디자인분야에서 글로벌 프리미엄 페인트회사 벤자민무어와 손을 잡고 가전에 입힐 360여개 색깔을 만들었다. 이 색깔들을 가전패널에 입혀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프리즘 360 글래스컬러링’ 공법도 개발했다.
국내 인테리어 전문회사 한샘도 팀비스포크의 일원이다. 가전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한샘이 같은 콘셉트의 가전과 가구를 각각 제작해 패키지 판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전부터 삼성전자 가전 생산에 협력해 온 대창, 두영실업, 디케이 등 중소·중견회사들도 팀비스포크에 참여한다. 콘텐츠분야에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CJ제일제당, 운송분야에서는 쿠팡이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이 사장은 비스포크 라인업 확대와 협업전략을 통해 생산 및 공급 측면에서 삼성전자에 걸릴 과부하를 막고 비스포크의 ‘맞춤형 가전’ 콘셉트를 구현하는 데 집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나 LG전자의 오브제컬렉션, 위니아딤채의 프렌치 냉장고 등 소비자 맞춤형 가전이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맞춤형 가전에는 소비자 요구에 대응한다는 긍정적 측면뿐만 아니라 공급자(생산자)에 부담을 지운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한 만큼 맞춤형 가전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생산과 공급망 관리 등 과정에서 공급자의 부담이 커지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비스포크홈을 들고 글로벌로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로부터 더욱 다양한 수요에 직면하게 된다. 심지어 제품 라인업도 확대했다. 그만큼 생산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안아야 할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가 기업들 사이의 협력을 통해 생산부담을 줄이고 소비자 요구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을 준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팀비스포크의 비전이 녹아든 제품을 하나 둘씩 내놓고 있다. 앞서 15일 출시한 ‘비스포크 직화오븐AI’가 좋은 사례다.
▲ 삼성전자가 내놓은 ‘비스포크 직화오븐 AI’. <삼성전자>
비스포크 직화오븐AI는 삼성전자의 가전 및 갤럭시 제품을 콘트롤하는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연동해 가정간편식 조리 과정을 간편화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소비자가 간편식의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각 식품에 최적화된 조리법, 온도, 시간 등의 설정값이 비스포크 직화오븐 AI로 자동전송되는 방식이다.
이 기능을 통해 현재까지는 CJ제일제당의 간편식만을 조리할 수 있다. 앞으로 팀비스포크에 들어오는 간편식 제조사가 늘어난다면 비스포크 직화오븐AI가 조리할 수 있는 간편식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비스포크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협업전략으로 맞춤형 가전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이전부터 구상해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0년 8월11일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 기고문에서 “삼성전자는 내부 연구조직은 물론이고 외부 전문가나 다른 업종과 협업으로 소비자의 생활문화와 취향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있다”며 “소비자 연구를 통해 새로운 생활방식에 맞춘 가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