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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구글 인공지능과 100만달러 걸고 '세기의 바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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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이 대국 중 상대를 예리하게 쳐다보고 있는 모습. <한국기원 제공> |
사람과 컴퓨터가 바둑을 두면 누가 이길까?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현역 프로기사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도전에 나선 컴퓨터는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그룹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다.상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이다.
영국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7일 “한국의 이세돌 9단이 3월 서울에서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대결을 펼친다”고 보도했다.
대국은 3월8일부터 15일까지 총 5판이 두어진다. 다섯판 모두를 두기 때문에 5대0이 나올 수도, 3대2가 나올 수도 있다.
이 대국에 걸린 상금만 100만 달러(약 12억원)이다. 국내 대회는 물론이고 세계 대회를 통틀어도 가장 많은 파격적인 액수다. 상금 100만 달러는 구글 쪽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바둑계는 대부분 이 9단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컴퓨터 기술이 놀랍게 발전하긴 했지만 바둑과 같은 ‘창의적인’ 분야에서는 아직 컴퓨터가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9단 입장에서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어 보인다. 알파고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최근 유럽의 바둑챔피언인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과 벌인 대국에서 5승 무패의 전적으로 압승을 거뒀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프로바둑 기사를 제압한 첫 사례에 해당한다.
알파고와 판후이 2단과의 대결은 27일 발간된 네이처의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알파고는 다른 바둑 프로그램과 맞대결에서도 99.8%의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측은 알파고의 실력이 프로 5단 수준이라고 밝혔다.
딥마인드의 공동 설립자 데미스 헤서비스는 “이세돌 9단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위대한 기사이지만 나는 알파고가 어떤 인간보다 뛰어난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9단은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바둑 역사에서 중요한 승부라고 판단해 도전을 받아들였다”며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지만 이번 대국은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둑계도 대부분 ‘이 9단이 승리한다’는 쪽에 걸고 있다.
국제바둑연맹 이하진 사무총장은 “알파고와 붙은 판후이 2단의 실력이 한국 프로기사들에 훨씬 못 미쳤다”고 말했다.
프로기사회장을 역임한 최규병 9단은 “알파고가 한국 프로기사들과 상대하려면 최소 두점 정도는 깔고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 9단이 컴퓨터와 바둑을 둔 경험이 없어 알파고가 혹시 한판 정도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9단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9단의 승리를 점치는 것은 바둑의 수가 워낙 무궁무진하고 복잡해 ‘기계’인 컴퓨터가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에 일일이 정확하게 대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주 전체의 원자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체스에서는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당시 체스 세계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어 화제가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