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열기 덕분에 신규고객을 늘리는 데 힘을 받고 있다.
실명계좌를 통한 거래 의무화 등 가상화폐거래소의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존에 빗썸, 코인원 등 가상화폐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NH농협은행이 고객 확보에 유리해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으려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NH농협은행으로 유입돼 계좌개설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은행은 빗썸, 코인원과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다. 그밖에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코빗은 신한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와 NH농협은행의 신규 입출금 계좌의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기도 하다.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해 월평균 10만 명 수준에 머무르다가 올해 1월 13만9859명, 2월 18만5950명, 3월 24만8602명으로 2배가량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는 16일까지 19만679명이 새로 요구불예금 계좌를 만든 것으로 집계됐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새로 증가한 계좌 가운데 가상화폐거래소 고객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비트코인 열풍과 맞물려 계좌개설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신규고객의 증가는 NH농협은행으로서 호재인 셈이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는 고객 수가 늘어나면서 예적금보다 자금을 움직이기 쉬운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예금이 늘어나는 점도 이득이다.
저원가성예금은 고객에게 내줘야할 이자가 적은 만큼 비용을 적게 들이고 수신액을 늘릴 수 있다.
3월25일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가상화폐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는 9월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정을 통해서만 고객과 거래를 진행해야 한다.
이에 100여 개의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가운데 현재 은행과 실명계좌를 연결해 거래하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을 포함해 일부 가상화폐거래소만 시장에 남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은행이 가상화폐거래소와 제휴를 맺을 때 자금세탁 방지능력과 위험도,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책임이 켜졌다.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은행의 책임문제가 불거지는 셈이다.
더욱이 가상화폐거래소 가운데 열악한 업체들이 많아서 내부통제나 보안 등에서 은행이 제시하는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운 곳이 많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금법 시행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의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 신청을 한 업체가 없다”며 “9월에 갑자기 폐쇄될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관련 자료로 계속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에서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행위를 막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 방침까지 내놓고 있어 은행으로서는 가상화폐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는 것이 더욱 부담스럽다.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은행을 찾지 못한 가상화폐거래소의 고객들이 업비트나 빗썸 등 기존에 은행과 실명계좌를 연결해 거래하는 가상화폐거래소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가상화폐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새로운 고객이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NH농협은행 등의 고객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가격이 내려갈 때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있어 당분간 계좌 가입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