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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재정확대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보육대란 책임 회피 박근혜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
“보육비와 교육비 걱정도 확실하게 줄이겠다. 국가 책임 보육체제를 구축하고 5살까지 맞춤형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
“지난해에 이어 누리과정이 정치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아이들과 부모들을 볼모로 이런 상황이 계속돼야 하는지 안타깝다.”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보육대란’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발언들 속에는 보육대란 때문에 상처 받고 있는 학부모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사태 해결을 위한 ‘해법’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첫 번째 발언은 2013년 1월 31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두 번째 발언은 2012년 12월 대선후보 TV 연설에서, 세번째 발언은 2016년 1월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각각 한 말들이다.
최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로 불거진 ‘보육대란’의 1차적 책임은 중앙정부, 곧 박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보육대란 사태가 현실화되자 박 대통령은 정작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남 탓하기’에 급급하다.
박 대통령은 25일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무조건 정부 탓을 하는 시•도 교육감들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무책임한 것은 대책 없이 공약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와 대통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참교육학부모회,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60여개 단체가 모인 교육재정확대국민운동본부는 26일 청와대 옆에 있는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과정 중앙정부 책임을 공약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25일 ‘정부 탓을 하는 시•도교육감들의 행동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교육청이)받을 돈은 다 받고 정작 써야 할 돈은 쓰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 대목도 논란거리다.
마치 정부가 누리과정을 위한 추가지원을 다 했다는 말로 들리지만 정부는 수조 원이 드는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면서 그 액수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늘려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돈을 주면서 말로만 “여기에 누리과정 지원금도 포함돼 있다”고 생색만 낸 꼴이다.
고춘식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위원장은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라면 교육감들을 현행범으로 감옥에 넣어야 할 터인데 대통령은 국민에게 고자질만 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누리과정 우회 지원용으로 편성한 3천억 원의 예비비를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교육청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말들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에 3천억원의 예비비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자기 말을 듣는 사람한테만 예산을 나눠주라고 한 것은 돈으로 교육감들을 길들이겠다는 것”이라며 “찔끔 편성한 예산으로 교육감을 길들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치졸하다”고 성토했다.
박 대통령은 한때 ‘원칙의 정치인’으로 불렸다. 그 만큼 원칙을 중요시하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을 중용한다는 뜻에서 이렇게 불렸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보육대란’사태와 관련해 먼저 원칙을 깨트리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사람은 정작 박 대통령이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