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민 기자 hamkim@businesspost.co.kr2021-04-09 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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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 사장이 여름 아이스크림 제품 성수기를 앞두고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시너지 내기에 시동을 걸었다.
두 회사는 먼저 공동마케팅으로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 사장.
9일 아이스크림업계에 따르면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과 최근 진행한 공동마케팅을 시작으로 점차 협업의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빙그레는 지난달 말 해태아이스크림과 첫 번째 협업을 통해 공동 광고모델로 아이돌그룹 ‘오마이걸’을 발탁했다.
3일 유튜브를 통해 오마이걸이 출연한 '슈퍼콘' 광고를 공개했는데 9일 기준 조회수 146만 회를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빙그레의 콘아이스크림 광고에 해태아이스크림의 히트상품인 ‘호두마루’, ‘체리마루’, ‘녹차마루’ 등 마루 시리즈를 함께 노출시켰다.
빙그레는 올해 초 식품업계 최초로 유튜브 실버버튼을 획득하기도 했다.실버버튼은 구독자 수 10만 명이상의 유튜브 채널에 부여된다.
빙그레는 마케팅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최근 식품업계에서 유행하는 캐릭터 마케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2월 빙그레 제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웹툰 '빙그레 메이커'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보여 핵심캐릭터 '빙그레우스'가 인기를 끌었다.
국내시장에서 캐릭터 상품 개발과 유튜브 채널 강화로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 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창원 사장은 2019년 1월부터 빙그레를 이끌고 있는데 사장 취임 직후 '사업모델 재창조 및 발굴'을 경영목표로 내세우고 마케팅을 강화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유튜브 마케팅 등이 매출 증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빙그레 상품과 재밌는 콘텐츠를 결합해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긍정적 기업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업계는 최근 가격정찰제를 확대하며 반값할인 등을 없애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가격 정찰제를 더욱 밀어붙일 가능성이 더 커졌다.
그동안 이이스크림은 제품의 최종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오픈프라이스’ 방식으로 판매됐는데 최근 아이스크림업체들은 가격표를 상품에 붙이고 그 가격대로 파는 가격정찰제 적용 품목을 넓혀 아이스크림 판매가격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빙그레는 2019년 가격정찰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하고 이듬해부터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등 품목에 가격정찰제를 도입했으며 적용 품목을 지속해서 늘려가고 있는데 그 범위를 해태아이스크림까지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아이스크림업계는 출혈경쟁이 품질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는데 가격 정상화 움직임에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모두 수혜를 볼 수 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의 인수로 커진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시너지효과가 가시됨에 따라 제품의 할인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국내 아이스크림시장은 대체재 증가와 아동인구 감소 등 요인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시장 규모는 2013년 2조 원대에서 2019년 1조6749억 원대로 감소했다. 2024년에는 1조6608억 원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아이스크림업계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2020년 6067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앞세워 해외시장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빙그레는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거대 유통망인 코스트코에 메로나 납품을 시작했다. 2017년 7월에는 현지업체 루썬푸드(Lucern Food)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지역에서는 메로나가 1300만 개 이상 팔렸다.
빙그레는 해외시장에서 메로나의 뒤를 이을 히트상품을 선보여야 하는데 해태아이스크림이 누가바, 바밤바, 쌍쌍바 등 스테디셀러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빙그레 유통채널을 통한 해태아이스크림의 해외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의 유통망을 이용해서 해태아이스크림의 제품 라인업을 해외시장에 선보이는 방안도 실현 가능할 것이다"며 "해태아이스크림과 인수시너지에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2020년 개별기준 매출 9075억 원 가운데 아이스크림 부문에서 392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2019년보다 8.7% 증가한 수치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 4분기 개별기준 매출 239억 원을 거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