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KBS TV의 광고 축소와 수신료 인상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어 그 의도를 둘러싸고 의구심을 낳고 있다
. 일단 이 위원장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명분은
‘시청료 현실화
’로
“콘텐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는 것이다
.
속내는 달라 보인다. 방송계 내외에서 거세게 비판이 일어나는 이유다. 시청료를 올려받아 일단 광고 축소분을 상쇄한 뒤 지금까지 KBS로 들어가던 광고 물량의 물길을 종합편성채널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내용이다.
◆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광고 없애기’ 로드맵
이 위원장은 지난 14일 “TV 수신료를 인상해 2019년 KBS에서 광고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KBS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려 (기존) 광고의 3분의1을 축소하고, 2019년 광고를 없애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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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
명분은 방송의 품질 향상이다
.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이 광고를 하면 막장 방송
, 폭력 방송의 가능성이 크고 광고주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며
“KBS에 광고가 없어지면
(결국
) 다른 신문사와 방송사에 광고
(물량
)이 넘어가 콘텐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고 덧붙였다
.
시청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의 구체적 내용은 지난해 12월 KBS가 발표한 내용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재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시청료가 인상될 경우 KBS의 한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2012년 기준)에서 53%까지 올라간다. 액수로 따지면 5800억원에서 9700억원으로 2배에 조금 못미치는 양으로 늘어난다.
시청료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광고 비중은 줄어든다. 광고 비중은 40%에서 22%로 줄어든다. 광고 수입은 6200억원에서 4100억원으로 3분의2 가량 수준에 도달한다. 광고 물량을 억지로 줄이지만 시청료가 늘어나기 때문에 KBS의 연간 수입 측면에서 모자람이 없다.
이 위원장은 종편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오는 3월말에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며 ”종편 스스로 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30% 한다고 정해뒀지만 그 이상 해서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 종편 살리기에 시청자 부담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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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전경 |
TV 시청료는
1981년 제정된 방송법에 근거를 두고 강제 징수하는 준조세 성격의 요금이다
. 시청료의 혜택은 모두
KBS에 돌아간다
.
전기요금에 합산하는 방식이어서 납부 여부에 관한한 시청자의 선택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 인상이 필요하다면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방송계 내외에서 TV 시청료 인상에 대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이유다.
시청료를 올리고 KBS의 광고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KBS 내부에서조차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시청료 인상, 광고 축소의 형태만 겉으로 내세우고 따로 밝히지 않는 숫자 때문이다. KBS는 광고를 줄인다지만 시청료 인상으로 한해 수입이 오히려 1800억원 늘어난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KBS가 서두르고 있는 시청료 인상에 (국민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BS 노조의 비판은 더욱 신랄하다. KBS 노조는 “작금의 KBS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처럼 정권에 불리하다 싶은 뉴스는 축소 외면하고 그 반대는 확대 보도하는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며 “시청료 인상에 따라 줄어든 광고를 종편으로 돌려 결국 종편에 특혜를 주겠다는 게 방통위의 속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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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편성 채널 4개 업체 로고 |
방송계 안팎에서는
KBS가 연간
2100억원의 광고를 축소할 경우 종편 등 방송사의 광고 수익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실제 증권가에서는 혜택을 보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
한국투자증권이 방통위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따른 미디어 광고 업종의 주가를 분석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종편의 광고 수익은 최고 1000억원 가량 늘어난다. 최악의 불황 상황에서도 광고 수익은 243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신태섭 동의대 광고홍보학 교수는 PD저널과 인터뷰에서 “(방통위가) 종편을 방송계에 진입시킨 후 시장이 어려워지자 KBS의 광고를 줄여 종편을 먹여 살리려는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라며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시청료 인상 방안은 결코 공공서비스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