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 4곳이 빅테크 및 금융지주와 경쟁에 힘을 합치고 있다.
보험, 증권, 카드를 아우르는 하나의 플랫폼 구축을 서두르는 것인데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이 지지부진해지자 '플랜B'를 진행하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로고.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공동시스템 구축에 나선 배경을 놓고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등의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이 불투명해지자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원회에서 삼성생명의 징계를 확정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 미루면서 마이데이터사업 진출도 자꾸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금융위에 1차 마이데이터사업 허가신청을 접수했으나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받아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심사가 중단돼 있다.
삼성생명도 4월 시작하는 2차 예비허가 신청에서 다른 보험사들이 마이데이터사업 신청을 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과 삼성SDS에 전산시스템 구축 지연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아 대주주와 거래제한 위반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금융위에서 이를 확정하면 1년 동안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삼성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 사이 디지털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시스템을 준비하는 것"며 "계열사 사이 금융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삼성생명의 제재가 풀린 뒤 마이데이터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있는 방안이 고려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삼성 금융계열사 공동시스템의 구체적 형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각 계열사의 서비스를 모은 통합앱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의 앱에서 삼성그룹 모든 금융계열사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에게 통합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험, 카드, 증권의 빅데이터가 결합된다면 다양한 사업기회가 생길 것으로도 전망된다. 고객정보 공유와 협업을 통해 공동마케팅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빅테크 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 사이 협업이 활발한 금융지주와도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 통합 플랫폼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공동시스템 구축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4곳이 참여하는데 삼성카드가 중심이 돼 시스템을 구축한다.
삼성 금융계열사 사이 내부거래로 진행되는 만큼 삼성생명은 142억6900만 원, 삼성화재 173억7300만 원, 삼성증권 74억1100만 원을 투입한다고 각각 공시했다. 삼성카드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집행하므로 공시의무가 없다.
전체 사업규모는 5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5년 안에 공동시스템 구축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통합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 금융계열사는 2012년 통합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구축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다만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권역별 특성 차이가 뚜렷해 이를 아우르는 통합시스템 개발은 실패하고 각 계열사별로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삼성SDS에 부당이득을 제공했다는 점이 불거져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게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