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 속에서 유형자산 매각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그러나 본사 사옥 매매계약이 취소되면서 자구계획조차 쉽지 않은 상황을 놓이고 있다.
▲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이사(왼쪽)와 김진국 하나투어 대표이사.
15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사옥 매각을 놓고 새로운 거래상대를 지속해서 찾아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본사 사옥이 가장 큰 가치를 지니고 있어 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하나투어 본사 사옥의 가치는 940억 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투어는 본사가 입주해 있는 하나빌딩 지분의 절반가량인 54%(저층부)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본사 사옥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하나투어의 사업계획이 꼽힌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송미선 대표이사와 김진국 대표이사체제가 꾸려진 뒤부터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 트립닷컴과 같은 온라인 여행사(OTA)를 지향하고 있다.
2020년 400억 원을 들여 IT기반 플랫폼 ‘하나허브’를 만들며 패키지여행과 개별여행 기반 콘텐츠를 강화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나투어로서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해 사업방향을 IT기술을 기초로 한 플랫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이라 큰 규모의 사옥을 유지할 필요성이 적어진 셈이다.
다만 본사 사옥 매각이 난관에 부딪치면서 하나투어 안팎에서는 호텔사업을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나투어는 자회사 마크호텔을 통해 티마크호텔명동과 회현동 티마크그랜드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부동산을 보유한 곳은 명동 티마크호텔로 하나투어는 800억 원 가량의 대출을 일으켜 2019년 882억 원에 건물을 인수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 호텔의 예상 매각금액은 약 1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나투어로서는 고정비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호텔 매각 카드를 유력하게 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 경영진은 호텔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호텔사업 청산까지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본사 사옥 매각과 같은 유형자산 매각은 오랫동안 검토한 사항이기 때문에 철회하지 않고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며 호텔사업의 청산은 아직까지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호텔 건물은 매수 의향자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유형자산 매각과 함께 임직원 규모를 줄이는 구조조정 작업도 올해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투어는 2020년 3~5월 유급휴직을 시행한 데 이어 6월부터는 필수인력을 제외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전체 2300여 명 직원 가운데 1천여 명이 감축 대상자로 선별됐으며 희망퇴직에 동의한 사람들은 올해 3월 말까지 근무하고 퇴사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이 심해 조직 효율화가 불가피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상당수 직원들을 대상으로 3월말까지 인력 축소작업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096억 원, 영업손실 1147억 원을 봤다. 매출은 85.7% 줄었고 영업수지는 흑자(59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업계에서는 하나투어가 2021년 매출 1230억 원, 영업손실 470억 원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지난해 265.8%에서 올해에는 359.2%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가 현재와 같이 매출이 줄어든 상태에서 경영을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분기당 100억 원 후반대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500억 원 정도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2021년 4분기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