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사전기업회생제도(P플랜)로 가는 단계에 첫 단추를 꿰며 새 대주주후보와 투자유치 협상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새 대주주후보가 쌍용차에 투자를 결정해도 회생에 필요한 자금이 여전히 모자란 것으로 파악돼 협력업체 미수금 등과 관련한 정부의 추가지원 가능성이 투자유치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쌍용차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빠르면 3월 안으로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을 위한 준비를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사전기업회생제도는 기업회생절차를 법원에 신청한 기업이 신규투자나 채무변제 가능성이 있을 때 채권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사전기업회생제도 계획안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면서 회생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기업회생제도 추진을 위해 쌍용차는 잠정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투자유치 협상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부터 투자유치는 사실상 쌍용차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의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부터 투자확 약을 받고 이를 포함해 앞으로 경영계획 등의 내용이 담긴 사전기업회생제도 계획안을 작성해 채권단으로부터 5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 사전기업회생제도 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해 허가를 받으면 법원은 쌍용차가 제출한 계획안을 바탕으로 회생절차를 진행한다.
쌍용차는 그동안 HAAH오토모티브홀딩스 투자유치의 전제조건이 되는 기존 대주주 마힌다앤마힌드라의 지분 감자가 이뤄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러나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인도중앙은행으로부터 쌍용차 지분 감자를 승인받으면서 사전회생계획제도의 첫 단추를 뀄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는 2억5천만 달러(약 2800억 원)를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참여해 쌍용차 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으로 투자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유상증자를 하기에 앞서 마힌드라앤마힌드라 지분 감자가 먼저 이뤄져야 대주주 교체가 가능했는데 이 과제가 우선 해결된 것이다.
쌍용차는 11일 마힌드라앤마힌드라로부터 인도중앙은행이 쌍용차 보유 지분 74.65%와 관련해 감자를 승인했다는 공식 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감자 이후 지분율 변동은 앞으로 투자협상을 포함해 회생절차가 마치는 시점에서 결정되는 사항이라 현재로선 구체적 감자 비율까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투자유치 협상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추가 지원 가능성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투자규모만으로는 쌍용차가 완전히 회생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쌍용차는 현재 공익채권 규모가 3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1월과 2월 급여 및 각종 세금을 더하면 37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투자를 결정하더라도 ‘언 발에 오줌누기’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의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기 위해 인정된 채무자에 대한 청구권으로 사전회생계획제도를 추진하더라도 탕감되지 않는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협력업체 미수금 등이 포함된다.
이에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서는 한국 정부의 지원 약속을 이끌어 내기 위해 오히려 투자협상을 지연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금껏 새 대주주의 투자유치 등을 담은 사전기업회생제도 계획안 제출 이전에는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다만 고용유지와 협력업체 지원문제과 관련해 정부에서는 산업적 관점의 판단을 전제로 깔면서도 협력업체 지원 대신에 쌍용차에 직접 지원해 원자재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편이 낫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다음주(15~19일) 쌍용차 현안 관련해 간담회를 열 것으로 전해져 쌍용차 지원과 관련해 방침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