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년 전에 뿌려놓은 씨앗이 드디어 열매를 맺었다. SK종합화학이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사빅과 손을 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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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이는 최 회장이 3년 전에 추진했던 일이다. SK종합화학은 사빅과 함께 미국과 일본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화학소재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SK종합화학은 차화엽 사장이 사빅(SABIC)의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과 지난 26일 만나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종합화학은 SK그룹의 정유화학기업으로 SK이노베이션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화학기업으로 세계1위 에틸렌 생산기업이다.
두 회사는 50대 50으로 총 6100억 원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내년 중 공장을 건설한다. 또 올해 초 울산공장 안에 넥슬렌공장을 완공해 생산을 시작하고,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도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에 연구개발(R&D)조직을 만들어 향후 기술개발도 협력하기로 했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이달 19일 정상가동을 시작한 연산 23만t 규모의 울산공장을 합작법인에 넘길 예정”이라며 “합작법인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제2공장을 세워 고성능 폴리에틸렌 분야에서 5년내 글로벌 톱3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작법인 탄생은 최 회장이 3년 전 직접 중동을 찾아 설득한 것을 계기로 결실을 이룬 것이다.
최 회장은 2011년 3월 ‘자원경영’을 외치며 중동을 찾았다. 최 회장은 당시 사빅의 알마디 부회장을 만나 “손을 잡자”며 전략적 제휴를 제안했다. 최 회장은 이후에도 알마디 부회장을 중국 보아오포럼 등 행사에서 10여 차례 이상 만나며 꾸준히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사빅과 제휴는 SK그룹 화학사업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합작성사를 독려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SK종합화학은 원가 경쟁력과 글로벌 마케팅 역량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사빅은 SK종합화학이 보유한 고성능 폴리에틸렌 기술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이 가능해졌다.
차 사장은 “넥슬렌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 양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가는 한편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알마디 부회장은 “SK종합화학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 진출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넥슬렌'이란 SK종합화학이 2004년부터 100% 독자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브랜드 이름이다. 고성능 폴리에틸렌은 고부가 필름이나 신발 내장재, 과자봉지, 케이블 피복, 자동차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고성능 폴리에틸렌은 폴리에틸렌보다 충격에 강하고 위생적인 데다 가공하기도 쉬운 고부가가치 화학소재다.
현재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연간 10조 원 대에 이르며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다우케미칼, 엑손모빌, 일본 미쓰이가 글로벌시장의 6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사빅과 협력해 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서 점유율을 높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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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왼쪽)과 사빅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오른쪽)이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