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민 기자 hamkim@businesspost.co.kr2021-02-2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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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조차 탈락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보수야권에서 몇 안 되는 대통령선거후보로 꼽히는데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롭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
23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오 전 시장은 국민의힘의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벌어진 격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다.
21일 발표된 PNR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상 양자대결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오 전 시장은 각각 41.5%와 31.6%의 지지율을 보였다.
문제는 오 전 시장이 다른 야권 후보들보다 여당 후보와 격차가 더 크다는 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1.9%)대 박 후보(39.9%), 나경원 전 의원(38.0%) 대 박 후보(42.9%) 모두 박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 여론조사는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18과 19일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14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3.4%포인트다.
더구나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의 격차라 조금씩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 후보가 32.2%, 안 대표가 23.3%를 각각 보였다. 나 전 의원은 16.5%인데 오 전 시장은 7.0%에 불과했다. 이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문화방송>(MBC) 프로그램 ‘100분 토론’ 의뢰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5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병렬비교는 어렵겠지만 1주 전인 7일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에서는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은 각각 12.9%, 9.2%의 지지율을 보여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00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다.
보수야권의 대선주자군인 '오유안'(오세훈, 유승민, 안철수)에 포함되는 오 전 시장이지만 정치체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 전 의원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을 둘러싼 여론 흐름이 이처럼 좋지 않은 것은 본인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는 순간부터 첫 단추가 어긋났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면 직접 나서겠다면서 조건부출마를 선언했다. 희생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았은 것일 수 있지만 '해괴한 출마선언'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출마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지 무슨 조건이 있냐”고 말했다. 오 전 시장 스스로도 2월1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조건부 출마 선언으로 해석되는 바람에 정치적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2월2일 북한 원전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의 파일 이름에 들어간 ‘v’가 'vip'를 뜻한다고 의혹을 제기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건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려 만든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인데 ‘v’는 결국 버전(version)을 뜻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여러 수를 던지고 있지만 특별히 이렇다 할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직 중도사퇴 이후 정치무대에서 10년 동안 밀려나 있었다.
2016년 제 20대 총선(서울 종로구), 2020년 제 21대 총선(서울 광진을)에서 연이어 낙선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했지만 황교안 전 총리에 밀렸다.
이번에 오 전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본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다면 지난 총선 패배와 같이 '강력한 여당의 프리미엄' 때문이라 할 수도 있지만 당내 경선 패배는 차원이 다르다. 체급이 낮은 나경원 전 의원에 패배한 것이라 '변명'을 찾기 힘들다.
물론 오 전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나 전 의원을 물리치고 안철수 대표와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에 승리한다면 정치적 미래가 열린다. 본선에서 여당 후보를 이겨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정치적 날개를 달게 된다.
오 전 시장은 1월17일 "이번에 1년 보선 시장으로 당선되면 앞으로 내놓게 될 공약은 전부 5년짜리다”며 “앞으로 5년 동안 대권 도전은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버리겠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이 아니라 2027년 대선을 노린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