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카드사 본업을 뛰어넘어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연초부터 중고결제시장, 디지털업무환경 구축을 위한 리스금융시장, 상업자표시카드(PLCC), 종합결제시장 등 전방위에 걸쳐 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올해 역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성장동력 모색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철 사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단순한 외형 성장이 아닌 성장의 본질 안에 진정한 고객의 가치와 행복을 담아내기 위해 고정 관념을 부수고 업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9일 KB국민카드는 신용카드를 온라인 중고거래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2개인 사이 중고거래시장은 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는 대부분 개인 사이 현금이체 위주로 이뤄져왔다.
새로 진입한 KB국민카드가 서비스로 자리잡게 된다면 개인간 중고거래시장은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수익원으로 부상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구매자가 물품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이 금액 만큼 포인트가 충전돼 안전결제(에스크로) 계정에 예치되고 구매 확정시점에 예치된 포인트가 판매자에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KB국민카드는 현재 중고나라와 유니크로 등 거래 플랫폼과 협업을 맺었으며 지속해서 제휴 플랫폼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첫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출시를 위한 준비에도 힘쓰고 있다. 예상 출시시기는 3월이다.
새 카드에는 커피빈 쿠폰을 비롯해 편의점, 약국, 학원 등 다양한 생활밀착업종 할인혜택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0년 12월 KB국민카드는 커피빈 코리아와 업무제휴를 맺고 △커피빈 상업자표시신용카드 출시 △데이터 결합을 통한 초개인화 마케팅 추진 △시너지 창출 가능한 신규사업 공동발굴을 추진하기로 했다.
커피빈을 시작으로 KB국민카드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 출시를 위한 제휴를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자표시신용카드는 협업사 고객을 끌어들이고 소비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을 지닌다.
이 밖에 2020년 10월에 내놓은 종합결제 플랫폼 KB페이에 새 서비스를 도입하고 제휴사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분야도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업무환경을 구축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리스를 활용한 디지털업무환경 구축서비스에 뛰어들었다.
KB국민카드는 13일 애플코리아, 네이버클라우드와 협약을 맺고 기업들에게 디지털업무환경 구축과 전환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KB국민카드 리스금융을 활용해 아이맥, 맥북 등 애플 제품을 이용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애플 리스 금융은 스타트업을 포함해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중·소규모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판매되며 낮은 초기 비용으로 기업에 최적화된 디지털업무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KB국민카드는 설명했다.
이동철 사장이 KB국민카드의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소비부진과 수수료 인하 등 업황의 불확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직결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여행과 회식 등 소비지출이 줄면서 카드사의 본업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2020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누적 순이익 2552억 원을 거뒀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이런 수치도 마케팅비용 등 일부 비용 감축에 따른 이른바 '불황형 흑자'에 힘입은 것이란 점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사들의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여행, 회식, 모임 등에 따른 개인 소비자의 지출이 급격히 줄었다"며 "모집비용, 업무제휴수수료 등 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가능성도 카드사들의 위기감을 키운다.
3월 카드업계는 당국과 결제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논의에 나선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앞으로 3년간 적용되는데 2015년과 2018년에도 연달아 수수료율 인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카드사들은 더 이상의 인하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