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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크라이슬러 회장 겸 CEO |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우리 회사 전기차를 사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했다.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호소를 하는 것일까? 차를 팔 때마다 손해를 보는데 정부의 규제 탓에 어쩔 수 없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피아트-크라이슬러에서 만드는 전기차는 대기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구매할 만큼 잘 나간다.
마르치오네는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DC의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 전기차를 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고 USA투데이가 최근 보도했다.
마르치오네 회장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우리 회사가 만든 전기차 1대를 팔 때마다 1만4천 달러씩 손해보고 있다"며 "전기차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테슬라 하나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적자가 나면서도 생산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의 요구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판매의 11% 이상을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는 ‘완전무공해’ 규제를 내세워 매연없는 자동차 생산 비율을 강제하고 있다. 이 비율은 2008년 8%에서 2012년 3%로 내려간 상태다.
정부의 요구를 충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출가스 제로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소형 전기차 e500을 만들어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다는 것이다.
USA투데이는 마르치오네의 발언에 대해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환경기준과 자동차 연비 기준을 대폭 강화해 자동차 회사들이 강제적으로 전기차를 만들어야하는 상황을 비꼰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르치오네가 테슬라를 언급한 이유는 테슬라는 전기차만 팔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테슬라가 전기차만 팔면서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의아해 한다.
마르치오네가 전기차 생산 부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2년 e500가 출시되기 직전 인터뷰에서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1만4천 달러씩 손해를 볼 것”이라며 “천연가스와 디젤엔진이 하이브리드차량이나 전기차보다 더 효율적인 녹색차량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르치오네는 천연가스와 디젤엔진으로 정부규제를 맞출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르치오네의 바람과 달리 전기차 e500의 인기가 좋다는 점이다. 차를 만드는 족족 팔려나가 이 차를 인도받으려면 대기해야 한다.
전기차 e500의 대당 판매가격은 약 330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여러 주에서 최대 130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 e500을 구입할 수 있다. 이 전기차의 디자인을 놓고도 상당한 호평이 나온다.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회사인 피아트그룹은 미국 크라이슬러그룹을 인수해 지난1월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로 이름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