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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장이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TV사업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뉴시스> |
LG전자가 UHD(초고화질) TV 시장에서도 중국기업에게 밀리고 있다. LG전자가 UHD TV 시장의 문을 연 기업인데도 중국기업들에게 너무 쉽게 추격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LG전자가 UHD TV에서도 스마트폰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세계 UHD TV 시장에서 21.6%의 점유율(매출기준)로 1위를 차지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는 10.6%를 차지하며 4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2012년 세계 최초로 84인치 UHD TV를 선보이는 등 시장을 선도했지만 경쟁기업에게 밀려 지난해 8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4위에 올라 체면을 살리게 됐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번에도 중국기업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이센스와 스카이워스가 각각 16%와 13.6%의 점유율로 나란히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UHD TV에서 지난해 1분기 35.6%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다음 분기 점유율이 9.8%로 떨어졌고 3분기 5.9%까지 폭락했다.
LG전자가 UHD TV 시장의 문을 연 선도 기업인데도 중국기업들에게 너무도 쉽게 추격을 허용하자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UHD TV 시장에서도 중국기업에게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UHD TV는 LG전자가 세계 TV시장에서 ‘만년 2위’란 타이틀을 떨쳐버리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이다. LG전자는 기존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현재 주력 상품인 HD TV를 이을 UHD TV에 주력했다. 그런 LG전자의 새로운 먹거리가 후발주자들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다만 LG전자가 평판TV 시장에선 여전히 삼성전자와 함께 선두를 달리고 있어 한숨을 돌리게 됐다. LG전자의 평판TV 점유율은 16.9%로 경쟁사들과 격차를 10% 이상 벌리며 2위를 굳건히 지켰다. 삼성전자는 29.6%의 점유율을 차지해 33분기 연속 1위 행진을 이어갔다.
◆ 중국시장 예측실패가 원인
한때 UHD TV시장 1위였던 LG전자가 왜 중국 업체들에게 추격을 허용한 것일까?
LG전자가 UHD TV의 초기시장을 잘못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LG전자는 2012년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초대형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했다. UHD TV가 고가 제품인 만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에 이어 곧바로 UHD TV를 선보인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다. 두 업체 모두 중국의 UHD TV 시장이 늦게 열릴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려나간 UHD TV중 80%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됐다. 북미와 유럽은 각각 5%와 4%에 그쳤다. 중국시장의 경우 LG전자의 예상과 달리 39인치와 50인치, 55인치 등 보급형 제품 위주로 형성됐다. LG전자가 판단을 잘못한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점령했다.
삼성전자보다 부족한 브랜드 파워도 LG전자가 UHD TV 시장에서 좀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된다. LG전자처럼 초기 프리미엄 위주 전략을 갖고 있었던 삼성전자가 LG전자와 달리 UHD TV 시장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기존 TV시장에서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만리장성의 높은 벽을 넘을까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도 전 세계 UHD TV의 66%가 중국에서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도 올해 총 2천만 대로 전망되는 전 세계 UHD TV 시장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천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본다. LG전자 UHD TV사업의 성패는 결국 중국시장에 달려있다.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부문 사장은 지난 3월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올해 안에 UHD TV 시장 점유율을 평판TV 시장 점유율 수준까지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 사장은 “LG전자는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데도 글로벌 지배력이 부족한 탓에 점유율 경쟁에서 밀린 것”이라며 “해외영업과 마케팅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다시 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 사장이 해외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사실상 중국시장을 의미한다. LG전자가 지난 7일 중국 특화형인 49인치와 55인치 제품을 선보인 것도 중국 시장이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8종의 UHD TV를 선보이기도 했다.
LG전자가 중국 UHD TV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면 현지 업체들의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UHD TV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의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중국기업인 스카이워스가 23.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창홍(19.2%)과 하이센스(17.6%), TCL(14.2%), 콩카(14.1%)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3.2%를 차지해 6위이고 LG전자는 1.9%의 점유율로 9위에 그쳤다.
중국기업들과 가격경쟁에 나서야 하는 것도 숙제다. 현재 중국기업들은 주력제품인 55인치 이하 제품을 100만 원대에 팔고 있다. 반면 LG전자의 49인치 제품 가격은 197만 원이고 55인치 제품은 279만 원이다. 박경선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연구원은 “중국시장에서 선전하려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