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NH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최고경영자가 대부분 경기권 또는 영남권 인사로 채워지면서 이성희 회장이 친정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캐피탈, NH아문디자산운용등의 최고경영자들이 새로 선임됐는데 전남 신안 출신인 박태선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남권 또는 경기지역 인사다.
영남권 인사로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경남 진주)과 박학주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이사(부산)가 꼽힌다.
손병환 회장은 2020년 NH농협은행 은행장에 오른 지 1년도 안돼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내부승진할 만큼 중용된 대표적 영남권 인사다.
박학주 대표는 배영훈 전 대표가 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자리에서 물러나 NH아문디자산운용을 새로 이끌게 됐다.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를 맡기 전에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자산운용본부장(상무)를 맡고 있었다.
경기권 인사에는 권준학 NH농협은행 은행장과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권 은행장은 경기도 평택 출신이다.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에서 NH농협은행 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은행장은 경기 출신인 이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20년 초 NH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있던 권 은행장을 농협중앙회의 핵심부서인 기획조정본부로 불러들인 바 있다.
김인태 사장은 경기도 파주 출신이다.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에서 계열사인 NH농협생명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장이 금융지주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로 경기권과 영남권 인사를 앉힌 것은 취임 뒤 보였던 지역안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만큼 친정체제 강화를 위해 농협의 돈줄을 쥐고 있는 금융지주와 주요 계열사의 수장에 이 회장과 지역적 연결고리가 있는 인물들을 배치한 셈이다.
이 회장은 경기도 출신이면서 대구·경북지역 등 영남권 조합장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다.
앞서 이 회장은 2020년 1월 취임한 뒤 3월 들어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며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에 지역별 인사를 골고루 선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회 상무 승진인사 6명 가운데 호남권 인사로 3명 발탁하고 캐피탈 대표로 전남 출신 인사를 선임하는 등 지역안배를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며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과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를 살펴보면 결국 경기와 영남권 인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친정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쥐고 있다. 농협중앙회 회장이 금융지주 및 자회사 인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