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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호(가운데) KB국민은행 은행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에 참석하던 중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뉴시스> |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일어난 갈등 해결을 위해 긴급 이사회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 행장은 23일 서울 여의돈 본점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다시 열어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날 감사위원회 회의와 시간에 걸친 이사회 회의를 열었으나 이번 사태의 수습방안을 놓고 이 행장과 이사진들이 입장차이를 보여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KB국민은행 경영진과 이사진의 갈등으로 촉발됐다.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은 이사회가 전산시스템 교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감사의견서를 16일 감사위원회, 19일 이사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두 회의 모두는 감사의견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 행장은 “이사들이 모두 빨리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해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이사들은 이 행장과 정 상임감사위원이 내부갈등을 외부에 알린 점,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리베이트 의혹 등이 제기되는 점 때문에 격앙돼 있어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행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이사회와 갈등이 지적되자 “이사회가 늘 거수기라고 비판하다가 토론이 이뤄지니까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갈등이 아니라 결론을 도출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내부갈등에 대한 자체 해결이 미뤄지게 되면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정 상임감사위원의 요청에 따라 KB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한 데 이어 KB금융지주까지 조사범위를 넓혔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이달 안으로 두 회사에 대한 내부통제 및 의사결정 시스템 등에 대한 정밀검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노조도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내부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을 외부로 표출하는 경영진의 무능력함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잇따른 경영실패의 책임 당사자인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사퇴표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건호 행장은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해 “4월24일 내린 이사회 결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입찰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 교체는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여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KB국민은행은 21일 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한 사업자 입찰을 마감했다. 하지만 KB국민은행 내부갈등으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SK C&C 단 한 곳만 입찰에 참여했다. KB국민은행은 27일까지 재입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