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은 신라젠 대표이사가 상장폐지를 막고 항암신약 임상을 이어가기 위해 신규 투자자 확보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은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한국거래소의 요구사항을 이행하고 1년 뒤 주식거래를 재개하려면 자금조달이 절실하다.
▲ 주상은 신라젠 대표이사.
1일 신라젠에 따르면 조만간 한국거래소와 공식적으로 만나 개선해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듣는다.
신라젠 관계자는 “확실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곧 한국거래소와 만나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눈다”며 “11월30일 열린 기업심사위원회에서는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등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에 전 경영진과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바라본다.
신라젠은 9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상은 대표이사를 신규선임하고 경영진과 이사회를 새로 꾸리는 등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았지만 여전히 이전 경영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은상 전 대표이사가 여전히 신라젠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문은상 전 대표는 주식이 법원에 압류돼 있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순 없지만 9월 말 기준 지분율이 5%를 넘는 주주가 문은상 전 대표 1명뿐이라는 점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신라젠은 최근 다수의 투자자를 잇달아 만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라젠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인지조차도 밝힐 수 없지만 다수의 투자자를 계속 만나면서 자금조달에 힘쓰고 있다”며 “당장 자금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투자금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자금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1년 뒤 다시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하는데 이때에도 △영업의 지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주상은 대표는 한국거래소가 개선 요구사항으로 경영 투명성 확보를 강력하게 요구하면 제3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은상 전 대표를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오도록 하려면 기관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는 게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신라젠에 따르면 당장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다. 하지만 스스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선 요구사항을 이행하려면 결국 외부자금 수혈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은 금융비용 등 고정비용을 줄이는 데 힘쓰고 올해 4월 전환사채를 발행한 덕분에 9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14억6987만 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순손실 145억7784만 원을 냈는데도 6월 말(193억273만 원)보다 21억6714만 원 늘었다.
신약 후보물질인 ‘펙사벡’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데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신라젠은 2019년 8월 펙사백의 간암 임상3상에서 사실상 실패한 뒤로 펙사벡을 다른 항암제와 병용투여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흑색종, 신장암, 대장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펙사벡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신장암이 임상2상을 진행하는 단계로 가장 앞서 있다.
펙사벡은 우두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항암 바이러스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와 비슷한 면역항암제로는 글로벌 제약회사 암젠이 내놓은 ‘임리직’이 유일해 펙사벡의 시장가치가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주 대표는 1년 이라는 시간을 벌었지만 여전히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1년 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심사 과정으로 한국거래소는 거래재개, 개선기간 부여, 상장폐지 등 가운데 한 가지 결정을 내린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되면서 올해 5월 주식거래가 정지됐으며 그 뒤 6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