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는 대출영업 확대에 필요한 자본확충 길이 막히며 2019년부터 1년 동안 대출영업을 중단했다.
이후 올해 7월 BC카드를 통한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대출영업을 재개한 만큼 3분기 실적이 이 행장이 올해 3월 취임 뒤 내놓은 첫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당초 케이뱅크는 대출영업을 중단하면서 신규대출이 늘지 않아 수익성 뿐아니라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2분기 기준 고정이하 여신(부실채권)비율은 2.70%에 이르고 연체율도 2.36%로 나타났다.
하지만 3분기 기준 고정이하 여신비율과 연체율은 각각 1.61%와 1.22%로 개선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연체율이나 고정이하 여신비율 등 건전성 관련 수치는 분모인 대출이 줄어들면서 다른 은행보다 높게 나타났었지만 대출영업 재개 이후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3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출이 급증한 점이다. 3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여신잔액은 2조1060억 원으로 집계돼 석 달 만에 67% 늘었다.
실제로 이 행장은 자본확충 이후 대출영업 확대에 가장 공을 들였다. 케이뱅크는 7월 직장인K 신용대출,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 슬림K 신용대출, 일반가계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상품을 재정비했다.
직장인K 신용대출에 대출한도를 1억 원 더 늘려 2억5천만 원으로 변경하고 슬림K 신용대출에 중도상환 해약금을 면제하는 등 대출영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기존 금융권에서 시도한 적 없는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하며 대출영업 확대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사전심사 3분과 대출완료까지 2일 안에 진행하는 비대면시스템을 구축하고 8월부터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선보였다. 출시 3개월 만에 1천억 원가량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초기부터 1천 명 모집에 2만6천 명이 모이는 등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11월12일 '4차 비대면아파트담보대출' 고객을 모집했는데 30분 만에 1천 명 신청이 마감되기도 했다.
앞서 이 행장은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시작으로 중금리대출, 기업대출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 세워둔 만큼 대출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행장이 케이뱅크 흑자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케이뱅크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순손실 703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규모가 39억 원 줄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3월 출범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당시 여신규모는 14조9천억 원이었다.
카카오뱅크에 사례에 비춰보면 케이뱅크가 흑자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신규모(2조1060억 원)를 7배 이상 늘려야하는 셈이다.
하지만 대출영업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는 최근 가계대출 잔액이 크게 늘며 신용대출을 조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월24일 발표한 3분기 중 가계신용통계에 따르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이 22조1천억 원 늘었다. 2003년 이후 최대 확대폭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1월30일부터 고소득자들을 상대로 신용대출 규모, 사용처에 관한 규제를 강화했다. 연소득 8천만 원 초과 고소득자들이 1억 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아서 1년 안에 규제지역에 주택을 구매하면 그 즉시 신용대출을 회수한다.
이번 규제가 11월30일 이후 신규대출부터 적용되는 만큼 이미 대출고객을 확보해둔 기존 은행권에 비해 후발주자로 영업확대에 나서고 있던 케이뱅크에 영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당국 기준보다 엄정하게 자체 대출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연 소득과 상관없이 신용대출이 1억 원을 넘는 대출자에 일괄적으로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한다. 신한은행은 19일부터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종에도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억 원으로 한정했다. 우리은행도 11월23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한도를 소득과 상관없이 1억 원으로 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도 정부의 신용대출규제를 따를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신용대출을 조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