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그룹 고문이 계열분리를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한다.
LG상사 등 회사 5곳을 중심으로 지주회사를 세우고 직접 지주회사 대표회사를 맡기로 했다. 신성장동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인수합병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공격경영을 예고하고 있다.
26일 LG에 따르면 구 고문은 LG상사 등 회사 5곳을 계열분리해 신설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직접 대표이사에 오르기로 했다. 이미 인력 구성을 마치고 독립경영 채비를 갖췄다.
구 고문이 계열분리하는 회사는 LG상사, 판토스,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MMA로 확정됐다. 실리콘웍스와 LGMMA가 포함될지 불투명했는데 구 고문이 들고가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구 고문은 LG상사, 판토스, LG하우시스 등 3개 회사를 확보한 뒤 안정적으로 지배력을 높이기보다 구 고문이 보유한 LG 지분가치에 맞춰 최대한 많은 회사를 계열분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말 기준 5개 회사 자산합계는 6조8900억 원으로 거의 7조 원에 이른다. 구 고문이 상당한 규모의 대기업을 이끌게 되는 셈이다.
구 고분이 계열분리하는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 5조 원 이상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든다. 동국제강, 금호석유화학, 애경 등 유서 깊은 대기업들보다 몸집이 크다.
구 고문은 과거 오너경영인으로 활동하면서 공격적 경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구 고문이 경영에 복귀하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발한 활동에 나서면서 재계에서 존재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신설 지주회사는 산하 사업회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 및 인수합병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기업공개 등 외부 자본시장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할 이후 LG상사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팜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건강관리·친환경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LG하우시스는 친환경 프리미엄 인테리어 제품과 서비스로 사업을 차별화하고 유통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 대상(B2C)사업을 확대한다.
구 고문이 그룹 의존도가 높은 실리콘웍스와 LGMMA의 체질을 어떻게 개선할지도 주목된다.
반도체 설계회사인 실리콘웍스와 기초소재 생산회사 LGMMA는 기존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디스플레이, 화학 등과 연관성이 크다.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이유다.
구 고문은 LG그룹에서 경영에 참여한 초기에 LG반도체, LG화학 등에 몸담아 반도체와 소재사업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웍스와 LGMMA를 품은 이유도 이런 사업을 키워보고자 하는 의욕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구 고문은 디지털화와 비대면 추세에 발맞춰 사업 다각화와 고객 다변화 등으로 LG그룹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구 고문은 과거 LG상사에서 손발을 맞췄던
송치호 고문을 불러들여 향후 송 고문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인다. 구 고문의 계열분리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 고문의 측근인사가 옮겨갈 수 있다는 말이 나왔는데 송 고문이 지주회사 대표이사로 낙점됐다.
송 고문은 30년 넘게 LG상사에 몸담으면서 재무관리, 경영기획, 영업 등을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이다. 구 고문이 LG상사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 관리직에만 두기 아까운 인재라고 평가하며 영업업무를 맡기기도 했다.
송 고문은 구 고문이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한 2016년 연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2018년 구 고문과 나란히 고문으로 물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