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경남 통영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한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오랫동안 공들인 통영 LNG화력발전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며 사업 다각화의 기회도 잡게 됐다.
23일 플랜트업계에 따르면 통영 LNG화력발전소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HDC와 한화에너지는 경쟁입찰을 통해 한화건설을 시공사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영 LNG 화력발전소사업은 경남 통영시 광도면 성동조선해양 부지에 27만5269㎡ 규모로 20만㎘ 용량의 LNG탱크 1기와 발전용량 1012㎿급 복합화력발전소 1기를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4천억 원 수준이다.
정 회장은 우여곡절을 겪은 통영 LNG화력발전소사업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며 상업운전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가 내년 상반기에 공사를 시작한다면 통영 LNG화력발전소는 3년가량의 건설기간을 거쳐 2024년 상반기부터 상업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플랜트업계는 보고 있다.
정 회장이 2013년부터 통영 LNG화력발전소사업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을 살피면 7년 만에 시공사를 선정하고 11년 만에 사업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정 회장은 2013년 정부의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맞춰 HDC의 발전자회사로 통영에코파워를 설립했다.
하지만 통영에코파워가 성동조선해양과 4년 동안 발전소 부지 매입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업이 늘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며 2017년 6월 통영에코파워의 발전사업 허가취소처분까지 내렸다.
통영에코파워는 2년가량의 발전사업허가 취소처분 취소청구소송 끝에 2019년 4월 대법원에서 승소하고 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은 2019년 11월 한화에너지와 통영 LNG화력발전소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사업협약을 맺었는데 안정적 연료공급사를 확보함으로써 사업진행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사업협약식에서 “한화에너지와 사업협약을 통해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통영 LNG화력발전소사업을 끈질지게 추진한 이유로는 안정적 이익을 내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HDC그룹 지주사인 HDC는 3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건설업을 비롯해 석유화학업, 유통업, 정보기술, 악기 제조업까지 하고 있지만 아직 발전소사업에는 발을 들이지 못했다.
HDC와 비슷하게 건설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자회사가 많은 대림산업이 발전소 운영에서 안정적 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 회장이 발전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대림산업은 2018년과 2019년 발전사업을 포함하는 에너지부문에서 해마다 영업이익 550억 원 수준을 냈다.
정 회장은 주택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면서 주력인 주택사업을 보완할 새 사업을 발굴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줄어든 사업 다각화 기회를 통영 LNG화력발전소를 통해 확보한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정 회장이 통영 LNG화력발전소를 이른 시점에 착공하기 위해서는 통영지역 시민단체의 반발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등 20개 시민단체는 10월20일 통영시청에서 통영화력발전 저지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LNG화력발전소 냉각수가 배출되면 수온에 민감한 굴 양식 등 어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영 LNG화력발전소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으로 사업 진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통영 LNG화력발전소사업은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한화건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 한화건설이 최저가 입찰로 수주에 성공했는데 입찰 일정 등을 두고 결과에 불만을 지닌 건설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DC는 통영 LNG화력발전소사업 진행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HDC그룹 관계자는 “아직은 통영 LNG화력발전소 공사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