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월4일 조계사 피신 중 잠시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뉴시스>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하고 있는 서울 조계사를 당장 나가지 않기로 했다.
한 위원장이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한 위원장의 피신처 제공을 놓고 불교 내부의 갈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인근에서 민주노총 간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2천만 노동자의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며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문 발표는 한 위원장이 쓴 글을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대신 읽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 위원장은 22일 째 조계사에 피신 중이다. 조계사 신도회는 한 위원장이 6일까지 조계사를 비워줄 것을 통보했으나 시한을 이미 넘겼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평화적인 2차 민중총궐기 이후 거취를 밝히겠다 말했고 신도회 쪽에서도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죄송스럽게도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의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깊은 아량으로 품어달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노동개악이 중단되면 화쟁위원회 도법스님과 함께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 노동 관련 법안 처리가 이뤄질 때까지는 경찰의 검거를 피해 조계사에 머물며 향후 투쟁 방향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조계사 측과 경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조계종은 한 위원장 거취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조계종은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대화와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
|
|
▲ 김종인 민주노동 부위원장(가운데)이 산별 노조 대표자들과 함께 7일 오전 한상균 위원장의 입장 발표문을 대독하고 있다. <뉴시스> |
조계종은 조계사 신도회의 반발과 불교계 내부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 위원장 문제를 놓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경찰도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한 경찰력 투입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조계사의 공권력 투입요청이 없이는 나서기가 어렵다. 경찰은 조계사 신도회의 대응에 따라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도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해 여러 다각적인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단계에 이르렀다”면서도 “조계사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지금 단계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조계사에 진입해 한 위원장 검거에 나설 경우 총파업 등 총력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그동안 여러차례 밝혔다.
한 위원장은 11월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주도한 이틀 뒤인 16일 경찰의 검거를 피해 조계사로 피신했다.
한 위원장은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지부장,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도위원을 거쳐 올해 1월 제8기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